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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19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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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고공행진을 지탱하는 가장 큰 버팀목은 산유국들의 감산 약속 준수. ‘항상 깨어질 수 있는 카르텔’이란 비아냥을 듣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였지만 이번에는 대단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감산 이행률은 90% 이상.
이번주(22일) 빈에서 열리는 OPEC각료회의에서도 감산 합의는 유지될 전망이다. 중동 산유국들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도 18일 “내년 3월까지 감산 준수”를 결의했다. 산유국들의 감산의지가 확고해지자 추가상승을 기대한 투기자금도 국제원유시장에 유입돼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 지속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무엇보다 고유가상태의 지속은 ‘한계유전’의 재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계유전이란 원유 채굴 비용이 판매원가에 못미쳐 폐쇄됐거나 가동이 일시 중단된 유전. 중동 해안이나 심해유전에위치한한계유전은 세계 유전의 10% 가량을 차지하고있는것으로추산된다.
원유값의 급등세는 결국 이들 한계유전을 재가동시킴으로써 공급량을 늘리고 유가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 원유가는 과거에도 한번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면 산유국의 전열이 흐트러져 급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석유재고가 높은 수준이어서 감산이 완화되면 원유가는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한가지 변수는 미국의 개입 여부.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미국은 그동안 산유국들에 저유가 정책을 유도해왔지만 이번에는 유가상승에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방관은 석유수출에 매달리고 있는 산유국 러시아의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 클린턴 행정부의 ‘불간섭주의’가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도 원유시장의 큰 관심거리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