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초강세/배경-전망]"100엔 마지노선도 붕괴우려"

  • 입력 1999년 9월 14일 19시 07분


일본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심각한 무력감에 빠졌다. 엔화강세를 막으려는 온갖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통화당국은 6월부터 3개월간 9차례나 도쿄(東京) 등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강세 저지에 나섰다. 단기간에 이처럼 자주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그러나 10일의 시장개입효과는 불과 하루반만에 물거품이 됐다. 14일의 시장개입도 ‘반짝효과’에 그쳤다.

미국의 협조없는 일본만의 단독개입으로는 엔화강세라는 대세를 돌려놓기가 이미 불가능해졌다. 도쿄의 외환전문가들은 “달러당 105엔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며칠내에 달러당 103엔까지 갈 것”(블룸버그통신)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초강세의 배경에는 일본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97년 이후 침체가 계속된 일본경제가 올들어 2분기 연속 플러스성장으로 나타나자 외국투자자금이 엔화와 일본주식 매입에 쏠렸다.

엔화강세를 부채질한 것은 미국의 방관적 태도.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겉으로는 “강한 달러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화가 엔화 이외의 다른 통화에 대해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를 막아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에 엔화강세는 미국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통한 대일무역적자 감소와 인플레억제를 도울 것이다. 다만 미국이 달러당 100엔 붕괴까지 방치할 것 같지는 않다.

일본재계는 엔화강세에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뼈를 깎는 원가절감과 기술개발로 활로를 찾아온 일본기업이 바로 경쟁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일본은행과 대장성 사이에 갈등조짐도 있다.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본은행총재는 13일 “수출기업은 자기노력으로 환율변동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재무관은 “국익이 걸린 문제에 중앙은행이 정부와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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