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검찰총장 “옐친일가-측근 비리 상원이 수사나서야”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과 유리 스쿠라토프 러시아 검찰총장의 대립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인 크렘린궁의 부패사건을 수사하다 직무정지된 유리 스쿠라토프는 7일 옐친 대통령 일가와 측근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스쿠라토프는 “부패사건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98%는 사실”이라면서 “검찰이 아닌 상원 직속의 반(反)부패위원회가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쿠라토프는 스위스 건설회사 마베텍스가 크렘린궁 보수 공사를 맡는 조건으로 크렘린 관계자들에게 100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주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중 3월 옐친에 의해 해임됐다. 그러나 상원이 해임동의안을 부결시켜 그는 직무정지 상태로 명목상의 검찰총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블라디미르 우스티노프 검찰총장서리는 8월 수사팀을 교체했으나 마베텍스 사건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등 크렘린의 ‘스쿠라토프 배제 작전’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옐친과 스쿠라토프의 지저분한 대결이 계속되자 예고르 스트로예프 상원의장은 7일 “검찰에 2명의 총장이 있는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옐친이 적당한 총장 후보를 내세우면 스쿠라토프 해임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기현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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