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강진]폐허더미마다 잠옷차림 시신

  • 입력 1999년 8월 18일 23시 38분


17일 새벽 터키 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당한 곳은 역시 진앙인 마르마라 해변의 공업도시 이즈미트였다.

18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현재의 전체 사망자 3479명, 부상자 1만6782명 가운데 이즈미트(인구 50만명)에서만 1932명이 숨지고 4838명이 부상했다. 인근 사카리아에서도 721명이 죽고 3343명이 다쳤다.

○…이즈미트에서는 7층 아파트 2개 동이 완전히 무너져 주민들이 매몰되기도 했다. 지진이 새벽에 닥쳤기 때문에 아파트 잔해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은 대부분 잠옷차림이었다.

○…이즈미트에 있는 정유공장의 화재가 진화되지 않은 데다 인근 석유 탱크로 불길이 번져 대형 폭발의 위험이 있다고 세파 시르멘 이즈미트 시장이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반경 5㎞ 이내의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다.

○…45초간의 강력한 지진에 이어 300여차례의 여진을 겪은 피해지역 주민들은 공포가 가시지 않아 18일에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기를 꺼렸다.

이들은 공원과 들판 등에 천막을 치고 임시로 거주하면서 완전복구될 때까지 천막생활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7.8로 보도됐으나 이스탄불 칸딜리 지진관측소는 7.4라고 18일 발표했다.

미국 국립 지진정보센터의 지구물리학자들은 이번 터키 지진이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에 필적하는 20세기 최대규모의 지진 중 하나라고 밝혔다.

터키 역사상 최악의 지진은 3만3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1939년의 에르진칸 지진이다.

○…성 소피아 성당, 푸른 사원, 과거 오스만제국 시절 술탄이 거주했던 많은 궁전 등 이스탄불의 역사적 유적과 관광명소는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한 관광업체 직원은 “이들 유적지는 수백년 동안 많은 지진을 겪고도 살아남았다”고 자랑했다.

○…터키의 구호단체인 ‘붉은 초승달’은 인적 물적 피해자 10만여명을 지원하려면 최소한 692만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 국제적십자연맹은 식량 식수 담요 텐트 등 긴급구호물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에 나섰다.

○…터키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쿠르드 노동자당(PKK)은 PKK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지진 최대 피해지역 부근에 수감돼 있다며 오잘란의 안전여부를 공개하라고 터키당국에 요구했다.

〈이즈미트·골주크·앙카라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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