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유고공습 중단』 압박 공조…나토 공격 주춤

  • 입력 1999년 5월 11일 07시 15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이 발칸반도 사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NATO 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정치적 해결’ 주장이 점점 힘을 얻을 것이라고 9일 전망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테렌스 테일러연구원은 “NATO가 아닌 유엔 주도하에 코소보주둔군을 파견하고 NATO의 유고 공습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요구가 좀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는가. 주목할 만한 변화가 10일 하루동안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코소보 주둔 유고군의 부분적 철수는 발칸사태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을 일단 높여주었다. 정치적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급격히 접근하고 공습을 계속해온 NATO는 주춤해진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코소보 주둔 유고군의 부분적 철수에 앞서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갖고 NATO의 유고 공습을 중단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다짐했다.

장주석은 “미국과 NATO의 행위는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을 제안했다. 옐친대통령도 NATO의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에 ‘극도의 분노’를 표시하고 NATO의 공습중단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유고담당 특사가 발칸전쟁 발발이후 처음으로 10일 중국을 전격방문한 것도 중―러 접근을 상징한다. 중―러 양국은 미국과 NATO의 독주를 견제하고 자신들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일 호기(好機)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NATO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10일 미국에 대해 4개항의 요구사항과 보복조치를 발표한 데도 그런 판단이 작용했음 직하다.

반대로 NATO는 이날 유고공습을 크게 완화했다. 유고 제3의 도시 니스 인근 공항을 공격했으나 그밖의 공습은 없었다. 유고관영 탄유그 통신은 3월24일 공습개시 이후 처음으로 베오그라드에 공습경보가 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기관들이 밀집한 수도 베오그라드에 대해서는 군사시설임이 확인되지 않는 한 NATO가 공습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이탈리아 대통령이 NATO회원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NATO의 유고공습 중단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NATO 회원국 가운데 이탈리아는 처음부터 공습에 소극적인 편이었지만 그래도 스칼파로대통령의 발언은 파격적이다. NATO의 내부동요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

12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중국방문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특별히 주목받게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발언권을 높이고 NATO는 곤혹에 빠진 시점에 NATO의 핵심 회원국 지도자가 나란히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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