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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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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정부와 관변언론까지 나서서 연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난, 시위를 부추기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중국이 반발하는 근본이유는 접어둔 채 미국시설 및 미국인에 대한 위협이 부각돼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신문들은 10일 과격행위 자제를 당부한 후진타오(胡錦濤)국가부주석의 담화를 1면 머릿기사로 실으면서 ‘중국인민은 모욕당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도 일제히 게재했다. 필자가‘인민일보 평론인’으로 되어있는 논평은 “중국대사관 폭격은 중국 주권에 대한 공공연한 침범이자 12억 중국인민에 대한 공공연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논평은 “이번 폭격은 냉전후 누가 세계의 평화를 파괴하며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며 “NATO의 만행은 인도주의의 외피를 벗은 침략자의 진면모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논평은 이어 “중국은 이미 부강해졌고 지금 무력으로 중국인민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이는 턱없는 오산”이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TO가 중국인민의 분노를 무시한다면 이는 시대 착오이며 역사의 징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민일보는 군부의 반응을 전하는 별도 논평에서 “우리 군은 NATO에 대한 적개심으로 군사훈련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중국정부의 두뇌집단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에서 발간하는 중국경제시보도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의 의도는 군비경쟁을 촉발시켜 중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미국★
9일 오전 미국 NBC방송이 중국 베이징(北京)주재 미국 대사 제임스 새서와의 국제전화 인터뷰를 방송하는 동안 미 대사관 건물의 유리창이 중국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깨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마치 파국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 관계를 상징하는 배경음향처럼.
새서대사의 인터뷰 내용도 미국인들을 격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는 자신이 사실상 ‘인질’로 대사관에 묶여 있는 동안 관저에서는 아내와 아들이 경비하는 사람도 없이 시위대에 포위돼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시위가 (중국)정부로부터 부추김을 받은 것이라는 상당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도 자극적인 현장분위기를 골라 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중국을 화나게 하지 말라. 한국전쟁을 잊었는가” “큰 코쟁이들을 죽여라”등 중국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를 소개했다. 미 방송들은 성조기가 불태워지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베이징에서 취재중인 미국 기자들의 신변도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미 언론은 최근 몇주 동안 거의 매일 중국의 핵기술 절취의혹사건을 다뤘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미 여론이 계속 악화돼왔다.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대대적인 반미시위는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