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타계 멜런]죽는순간까지 거액기부한 美자선가

입력 1999-02-12 19:39수정 2009-09-2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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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작고한 미국의 자선사업가 폴 멜런(91)의 유서가 11일 공개되면서 미국사회에 또 하나의 감동을 주고있다.

유서에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 앤드루 멜런(1855∼1937)이 설립했고 그가 관장을 맡았던 미 국립미술관에 현금 7천5백만달러와 함께 빈센트 반 고흐의 ‘오렌지와 푸른 장갑이 있는 정물’(1889년작) ‘오베르의 녹색 밀밭’(1890년작) 등 값을 따질 수 없는 1백여점의 유명 화가 작품을 기증했다. 그가 이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만도 9백점이 넘는다.

멜런은 또 입장료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자신이 설립한 ‘예일대 영국미술센터’에도 현금 7천5백만달러와 1백30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은 현금 4억5천만달러(약 5천2백65억원)와 수백점의 명화. 대신 부인에게는 1억1천만달러를 유산으로 남겼다.

미국에서 멜런보다 더 많은 재산을 기부한 부호는 많다. 그러나 그의 행위가 남달리 미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남기길 거부한 겸손한 자선사업가였으며 정신세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예술애호가였다는 점이라고 언론들은 극찬했다.

미 금융가이면서 재무장관을 지낸 앤드루 멜런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유산으로 받은 10억달러의 재산을 대학 박물관 환경단체 등에 기부하면서도 절대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멜런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부탁도 유서를 통해서였다. 경마대회에서 받은 우승트로피와 시가박스 책꽂이 등 개인 소지품들을 자신이 설립한 ‘미국 경마박물관’내 설립자기념실에 비치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생전에도 자신이 설립한 미술관들을 방문하면서도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한 사람의 관람객처럼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떠났다고 직원들은 말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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