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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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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교수는 최근 독일의 시사주간신문 디 보헤와의 단독 회견을 통해 이같은 방안을 제시하면서 신유고연방의 코소보사태를 해당 문명권의 주도국들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례로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강대국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문명권에 속하는 국가가 다른 문화권에서 발생하는 사태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본보는 갈등해소 방안을 새로이 제시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의 주장을 요약 소개한다.》
올해 발생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대사관 건물 폭파 사건이나 신유고연방의 코소보사태,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경쟁 등은 문명충돌론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의 충돌 가능성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대처해 나가야 할 현실이다. 문명 충돌론은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기술하고 미래에 닥칠 상황을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이지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문명적 경계의 형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50,6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핵전쟁발발을 예견했으나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는 핵전쟁에 대한 가공할 만한 우려와 함께 핵전쟁 저지를 위한 통신 및 통제수단이 발달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명충돌 가능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他권역 직접개입 자제를 ▼
문명충돌을 방지하려면 △특정 문명권 소속 국가들이 다른 문명권에서 발생하는 사태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문명권간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해당 문명권의 주도국들이 중재해야 하며 △문명권간에 공통점을 찾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슬람문명권처럼 내적 분열이 심할 경우 같은 문명권내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슬람국가들이 테러리즘과 사회적 폭력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경우 사정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민주화과정에서 민족주의적 종교적 정당들이 정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민주화나 현대화가 진척되면 자동적으로 친(親)서방 정부가 수립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란의 경우 근본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으면서도 국가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구세계는 서구의 가치들을 다른 사회에 전파내지 적용할 때는 문명권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인권문제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오히려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 상호 가치차이 인정해야 ▼
유엔은 세계 다수국의 느슨한 연합이기 때문에 유엔의 실질적인 힘은 각국 정부, 특히 강대국에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잘 협력한다면 많은 국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안보리가 단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행동력을 갖춘 각국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 핵 테러 마약 등의 문제와 같이 중요한 주제를 다루게 될 범국가적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정리·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