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슈타인수녀 가톨릭聖人 추대…아우슈비츠서 숨져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53분


유태인이면서 가톨릭으로 개종, 2차대전중 나치에 의해 아우슈비츠수용소에서 처형당한 에디트 슈타인수녀(1891∼1942)의 시성(諡聖)을 계기로 가톨릭계와 유태인과의 감정이 해소될 것인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일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학살당한 카르멜회 수녀 에디스 슈타인을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시성식에서 교황은 “새 성인을 추모하면서 매년 우리는 수백만 유태인 형제와 자매를 몰살시킨 대학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며 슈타인수녀가 가톨릭 신자들과 유태인간의 상호 이해를 돕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시성식에는 나치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슈타인수녀의 가족과 일부 유태인도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유태인단체들은 슈타인수녀의 시성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세계유태인협회는 시성식을 앞두고 슈타인수녀의 시성을 무기한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교황청에 보냈다. 협회는 2차대전 당시 교황 비오12세가 유태인대학살에 대해 침묵을 지킴으로써 나치에 수동적으로 협력한 사실을 슈타인수녀의 시성으로 무마하려고 하지 말라는 무언의 항의였다.

유태인으로서 20세기 처음으로 성인이 된 슈타인은 1891년 폴란드 보로츨라프에서 태어났다. 무신론자였던 슈타인은 독일 괴팅겐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다가 가톨릭신앙을 접하고 1922년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1933년 카르멜회 수녀가 됐다.

그러나 슈타인수녀는 네덜란드의 유태인 개종자들과 함께 1942년 8월2일 나치에 체포돼 일주일 뒤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처형됐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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