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訪韓-訪日배경]美「한국중시」정책 표명 기대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은 인도와 파키스탄 방문계획이 취소된 데 따라 급조된 것이기는 하지만 시기적으로 의미가 작지 않은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대통령은 우선 지난 18개월동안 일본에 대해 여섯 차례나 공식적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와 경기부양책 실시를 촉구했음에도 대답없는 일본에 다시 한번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계기로 이번 방문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 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은 자신의 뛰어난 언변으로 일본 국민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클린턴의 한국방문은 한국전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고비를 지나고 있는 한국을 미국이 안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미간에는 정상간에 의견을 조율해야 할만한 현안은 없는 상태. 이미 6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간에 한미투자협정 체결이나 수출보증기금 지원과 같은 세세한 각론에서부터 북한에 대한 정책공조와 같은 포괄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의견일치를 봤기 때문이다. 또 시급한 이슈가 제기될 경우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은 미국이 한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이번 순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방한시기는 바로 전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과 관련, 공화당 주도의 탄핵조사 공세가 거세지는 시기. 클린턴은 당파의 이해관계나 섹스스캔들에 흔들리지 않고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의 방한이 김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음은 물론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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