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위기 처방 실패 첫 자인

입력 1998-09-15 06:32수정 2009-09-2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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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해 취한 처방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보고서를 냈다.

14일 본보가 단독입수한 98년도 IMF 하반기 연례보고서에서 IMF는 “수혜국(자금지원 대상국)의 금융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초긴축재정과 금융개혁안을 강조한 나머지 실물경제의 피폐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치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구제금융 이후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IMF가 지금까지의 정책권고를 반성함에 따라 우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을 좀더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금융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이나 일부 경제학자들이 IMF의 처방을 비판해오긴 했지만 IMF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 및 부문별 담당 이사들의 보고를 토대로 작성된 이 평가보고서는 10월초 열리는 IMF연차총회에 상정돼 내년도 IMF활동 방향의 기본자료로 활용된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내용.

▼예측능력 부족과 대응 미숙〓태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한국의 경우 97년초 한보사태이후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긴급하고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또 세계은행(IBRD)과 같은 국제 금융기구의 상호 정보교류에 소홀했고 아시아 각국의 금융부문 개혁에 대한 감시도 부족했다. 신용경색이 발생한 인도네시아에 부실은행의 폐업을 명령한 것은 대표적 실수 사례이다(일부 이사들은 소수의견에서 금융시스템 개혁을 IBRD에 넘기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잘못된 처방〓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재정적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긴축재정 또는 균형예산을 강요했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위축을 초래해 다시 지출확대 및 대규모 재정적자를 용인하는 일관성 결여를 가져왔다. 재정부문은 내수를 위축시키지 않은 채 금융구조 개혁비용과 경상수지 조정 등을 감안한 수준에서 균형을 맞춰야 했다. 이와 함께 단기성국제투기자금(헤지펀드)도 아시아의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했다. 그러나 헤지펀드가 태국 바트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투자가에 앞서 아시아 통화를 집중 매각했다는 증거는 없다(하지만 개도국 출신 이사들은 헤지펀드가 자본규모의 4∼5배나 되는 대출을 통해 아시아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이같은 결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IMF자금고갈〓스탠리 피셔부총재는 “아시아 등에 대한 지원으로 IMF의 가용재원은 현재 50억∼90억달러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당장 1백90억∼2백30억달러의 추가 재원 조달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반병희·신치영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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