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금융위기]신용붕괴 불길…아시아 중남미로 확산

  • 입력 1998년 8월 28일 19시 36분


‘러시아 위기’ 앞에서 전 세계가 떨고 있다.

시한폭탄으로 불렸던 러시아에서 점화된 신용붕괴의 불길이 세계적 규모의 신용공황으로 번질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주가 대폭락사태가 그 첫번째 징후.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신용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달러화가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뚜렷해지고 있는 디플레현상도 매우 불길한 조짐의 하나로 해석된다.

금융불안이 실물부문을 깊이 파먹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특히 공황진입을 암시하는 복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용 붕괴〓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7일 “서방 투자가들은 러시아의 국채상환연장 등으로 3백30억달러 이상을 손해봤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 투자한 기금들은 파산 직전의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에 대한 최대 민간대출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신용등급이 한단계 떨어지고 주가는 6%나 빠졌다.

러시아의 신용와해는 돌림병처럼 아시아 중남미 동구 등 이른바 ‘신흥시장’으로 번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중국당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위안(元)화가치 평가절하 임박설이 계속 나돌아 인근 국가들은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디플레 조짐〓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선진국의 수입수요가 줄어들자 석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27일 뉴욕상품시장에서 금값은 1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온스당 2백80달러를 기록했다.오직 현금, 특히 모든 통화와 언제라도 바꿀 수 있는 경화(硬貨)인 미 달러화만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아시아 위기의 초기에 부동산 및 주가가 떨어지면서 나타난 자산디플레가 일반상품에까지 확산되는 조짐이다.

▼어디까지 갈까〓국제적 신용공황을 우려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러시아에 자력에 의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개혁 없이 지원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반개혁적 개각이 달러이탈의 주요원인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본격 개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러시아의 꼬여있는 국내정치상황은 사태를 더욱 비관적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는 9월 1,2일 열릴 미국 러시아 정상회담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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