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銀-선사들,「선박금융 분쟁」 국제전 비화 조짐

  • 입력 1998년 8월 7일 19시 42분


선박건조 자금을 빌려준 시중은행들과 선사들간의 금리다툼이 국제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국내은행들과 함께 선박금융에 참여한 외국계 은행들이 대출계약을 해지할 경우 선사 조선업체들이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계적인 해운 전문지인 영국의 로이드지는 6일자 1면 머릿기사로 “한국의 은행들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건조자금 대출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로이드는 또 “이번 분쟁은 승패에 관계없이 한국의 조선업계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 보도 이후 국내선사에는 선박금융 신디케이트에 참여한 외국계 은행 10여곳으로부터 진상을 알아보는 전화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H사 관계자는 “국내은행이 요구하는 대로 금리를 높여주면 신디케이트에 참여한 외국계 은행에도 모두 수억달러에 달하는 금리를 얹어줘야 한다”면서 “일본계 은행들이 이미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은 이미 빌려준 1백여척 선박건조 대금 20여억달러의 금리가 ‘IMF체제 이후 차입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3%포인트 가량 올려줄 것을 요구, 거부당하자 지난달 27일부터 3천2백여만달러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전용선 건조자금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은행들과 선사측은 각각 로펌을 통해 영국 선박금융 전문가들로부터 법적 의견을 구하는 등 법률분쟁에 대비하고 있어 협상여지는 한층 좁아진 상태. 일부 선박금융의 환급보증을 섰던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계약내용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은행의 손해를 분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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