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일자리 그만 만들자』 배부른 고민

  • 입력 1998년 7월 12일 19시 57분


‘일자리는 이제 그만(?).’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침체로 극심한 고용불안과 실업난에 시달리는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전혀 정반대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정부가 발표한 전후 최대 규모의 고속도로확충 등 공공사업이 불필요한 고용을 창출할 우려가 있어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

미 정부는 앞으로 6년간 공공예산 2천1백70억달러를 투입해 전국에서 고속도로 등 15만마일(24만9천㎞)의 도로를 신설 또는 보수키로 했다. 56년 25억달러를 들여 추진한 ‘도시간 도로건설계획 역사(役事)’이후 최대의 공공사업이다.

분석가들은 앞으로 시행할 사업은 4천5백억달러 이상의 투자효과가 발생하고 1백5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연 5% 이상의 경제성장률과 4%의 실업률로 전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실업률에 대해서는 미 정책당국도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석경제분석가 데이비드 와이스는 “현재도 건설업계의 인력난이 극심할 정도로 경제가 팽창하고 있는데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또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으며 불황기를 맞을 때 이같은 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 정부가 지난달 이같은 도로확충 및 개보수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관련 건설업체들에는 인력확보 비상이 걸렸다.

캘리포니아 왓슨빌 소재 건설회사인 그래나이트사의 임원들은 인근 고등학교를 방문해 회사소개를 하는 등 ‘미래 인력 입도선매’에 나섰다. 플로리다주의 한 건설회사는 재소자들을 건설인력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놓고 몇몇 교도소와 협의를 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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