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貨 140∼141엔서 등락…아시아통화도 『흔들』

  • 입력 1998년 6월 9일 20시 28분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9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 하루동안 1엔 이상 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엔화 불안은 가뜩이나 위축된 아시아 경제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는 개장초 엔화가치가 급락, 환율이 1백41.35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급해진 자민당측이 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대장상에게 개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자 1백40.20엔까지 떨어지는 등 하루 내내 등락을 거듭했다.

이론대로라면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고 일본경제를 활성화하며 그 여파로 아시아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엔화 절하는 일본 및 아시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뿐이어서 8, 9일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권 금융시장이 함께 요동했다.

특히 엔화 약세는 작년 동남아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이샹롱(戴相龍) 중국인민은행장은 9일 “위안화 환율을 안정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엔화의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입과 외국자본의 이용에 아주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의 경제구조 조정에도 더 큰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엔화가 계속 떨어진다면 위안화도 견디기 힘들어지게 된다”는 도쿄ING베어링스은행의 리처드 제럼 연구소장의 말처럼 위안화 평가절하가 점차 세계경제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또 엔화절하는 일본 금융기관의 달러화 자산비중을 높여 환위험을 증폭한다. 70조엔에 이르는 부실채권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은 이로 인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을 맞추기 힘들어지며 이는 대내외 여신회수로 이어진다. 아시아 지역에 깔아놓은 돈의 환수가 시작되는 것.

이렇게 되면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경색의 심화로 급속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우려가 크다.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주식 및 채권시장이 연쇄 충격을 받게 된다.

더욱이 일본경제의 침체가 짧은 시일내에 회복될 조짐이 없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9일 발표한 6월중 경기동향자료에서 “일본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음을 일본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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