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관, 김지하씨 수감생활 내세워 비자발급 안해줘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시인 김지하(金芝河·57)씨는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죄인’인가. 한국에서 이미 사면 복권된 김씨가 일본으로부터 비자발급을 거부당하고 있어 일본 사회에까지 파문이 번지고 있다.

김씨가 일본대사관에 비자발급을 신청한 것은 3월16일. 통상적인 절차에 따르면 24시간 내에 비자가 발급돼야 했지만 김씨는 2개월이 넘도록 비자를 기다리고 있다.일본 당국이 김씨의 비자발급을 지체하는 이유는 ‘출입국 관리 및 난민 인정법(일명 입관법·入管法)’때문. 이 법 제5조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 이에 상당하는 형에 처해진 경우가 있는 사람’은 일본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70년대 민청학련사건과 ‘오적’사건 등으로 통산 7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김씨는 그간 비자를 받기 위해 일본 당국의 까다로운 요구를 들어주어야 했다.

“사면복권된 증명을 해 와라, 일본에서 누구를 만나 무얼 할 건지 상세히 적어내라, 민청학련 사건의 판결문을 첨부해라 등등 요구가 많았습니다. 유신정권하의 반공법이 ‘막걸리 반공법’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도 잘 알 터인데 그런 요구를 계속 듣자니 불쾌하지요.”

당초 김씨는 4월중 일본을 방문해 자신이 옥중에 있을 때부터 지원해준 일본인 친구들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허사로 돌아갔다. 12월초 일본 가와사키(川崎) 시에서 그의 마당극 ‘밥’이 공연될 예정이나 현재로서는 극단과의 동행도 불투명하다.

아사히신문은 25일자 석간 사회면에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고 자국의 법률이 지나치게 편협한 것을 꼬집는 듯 ‘김지하씨, 미국에는 두차례나 다녀왔는데’라는 제목을 달았다.

〈정은령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