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도 核실험 미리 못막아 『망신』

  • 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29분


미국이 인도의 핵실험 실시를 저지하지 못한 책임소재를 놓고 시끄럽다. 전세계를 향해 핵무기 비확산을 요구하던 강대국의 체면이 크게 손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운동화 자국까지 촬영할 수 있다는 대당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짜리 정찰위성과 지구상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인다고 해서 ‘하늘의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통신감청위성들을 갖고 있는데도 사전에 대비를 못해 더욱 충격이 크다. 상원 정보위 리처드 셀비 위원장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라고 비난하면서 14일 정보위를 소집하기로 했다.

중앙정보국(CIA)의 조지 테닛 국장도 전합참부의장인 데이비드 제레미아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조사팀을 구성,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CIA가 관할하는 13개 정보기관중 중점 조사대상이 될 기관은 영상정보를 주로 다루는 국가정찰국(NRO)과 통신정보 및 전자정보를 다루는 국가안보국(NSA). 두 기관은 매년 각각 70억달러와 40억달러 이상의 돈을 세계 각국의 민감한 정보수집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을 하게 되면 지하에서 하더라도 평소보다 많은 차량과 교신이 오가기 때문에 미국의 거미줄같은 첩보망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 뉴욕타임스는 실제로 미국은 95년12월 인도가 포크란사막에 큰 구멍을 뚫고 굵은 전기선을 가설하고 있는 것을 포착하고 핵실험을 중단시킨 예가 있었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번에도 미국은 사전에 핵실험 증거를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첩보위성이 인도가 핵실험을 하기 여섯시간 전에 확실한 증거를 포착했다고 13일 보도했다. 그러나 인도를 핵실험 요주의 대상국에 넣지 않아 근무자들이 퇴근하고 없어 자료를 챙기지 못해 실험을 제지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

이때문에 인도의 핵실험을 막지 못한 것은 실패한 외교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새 정부는 두달전 핵실험 의사를 공표했고 최근에는 파키스탄이 중거리미사일 실험을 실시, 인도를 자극했기 때문에 인도의 핵실험 강행은 어느때보다 분명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미국이 외교적으로 적절하게 대처했으면 실험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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