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금융사 합병, 수익률 되레 저하

  • 입력 1998년 4월 21일 19시 24분


“크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요즘 선진 각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대형금융기관간의 합병은 항상 좋기만 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합병을 선언한 미국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 네이션스뱅크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뱅크원은행과 퍼스트시카고NBD은행 등은 합병의 이점으로 한결같이 ‘규모의 경제’를 들었다. 규모가 클수록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이른바 ‘가방 커야 공부 잘 한다’는 논리다.

휴 매콜 네이션스뱅크회장은 합병선언 때 “큰 게 확실히 좋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덩치가 너무 커지면 좋지 않은 점이 많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먼저 규모가 큰 합병은 주주들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형합병에서 절반 정도는 오히려 합병 후 주가가 떨어져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

규모가 큰 은행이 수익률이 더 높다거나 서비스의 질이 반드시 우수하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라이언 벡 앤 컴퍼니의 통계전문가 래리 콘은 “과거 유럽 및 일본의 은행들은 미국의 은행에 비해 규모는 훨씬 컸지만 효율성의 측면에서 미국 은행을 크게 앞서지 못했다”며 “클수록 좋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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