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빚깎아줘 해외매각 추진…채권금융단 적극 검토

  • 입력 1998년 4월 18일 20시 12분


‘빚을 일부 탕감해줄테니 회사 사가세요.’

채권금융기관이 부실한 채무기업의 빚을 깎아줘 해외투자자가 살만하게 부실기업을 가꾸는 방식이 금융계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카스맥주를 만드는 진로쿠어스사는 채권금융기관들이 일부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이르면 다음달말 미국쿠어스사에 팔릴 전망이다.

대차대조표상의 수치로 추산해보면 진로쿠어스의 자산은 6천6백억원이고 부채는 7천7백억원. 부채가 1천1백억원 가량 많으니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는 형편.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빚의 일부를 깎아주기로 했다. 먼저 리스사 종금사 등 2금융권은 자신이 꾸어준 돈의 20∼40%만 받고 채권채무관계를 청산한다. 아예 못받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십수년씩 미뤄질 수 있는 채권을 그나마 챙기고 부실을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담보를 갖고 있는 주채권금융기관들은 빚을 탕감하기보다는 부채 상환조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현재 연 15%인 금리를 10%로 깎아주는 방법.

미국 보워타사가 최근 한라펄프제지를 인수할 때 적용된 방식은 시가할인방식. 나중에 받을 빚을 이자율로 할인해 한꺼번에 상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금리 연 15%, 원금1천억원,만기10년의 부채를 현재가로 할인하면 2백억원 남짓.

이런 방식으로 금융기관들은 빚 3천7백10억원 중 1천7백억원을 깎아줬다.

그러나 이같은 부채탕감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 최선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LG경영컨설팅센터 마철현(馬哲炫)선임컨설턴트는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방법이라는 것은 알지만 원론을 따지자면 부실경영 및 대출의 책임은 주주와 예금자들이 분담하고 국부는 외국기업에 옮아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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