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을 이긴다/日 실업자들의 비애]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지난해말 폐업을 결정한 일본 유수 증권회사인 야마이치(山一)증권의 직원인 간 에이지(菅英次). 40대 중반인 그는 1월말까지 회사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 직원 1만여명중 살아남을 사람은 불과 2천여명. 인사부로 ‘야마이치의 유능한 인력을 쓰겠다’는 제의가 꽤 들어오지만 대상은 모두 35세 이하의 젊은층. 재취업시장에서는 35세가 ‘정년’인 셈이다. 그는 십여년 동안 수십개 기업의 주식공개를 주도, 상장 분야 전문가로 자리를 굳힌 인물. 이런 경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재취업 상담소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자신이 더 이상 쓸모없는 ‘고물’이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도쿄(東京)치요타(千代田)구의 프레스센터에는 파소나라는 재취업회사가 입주해 있다. 신일본제철 등 5개 대기업이 합작설립한 이 회사에는 매일 꼭두새벽부터 40,50대 실직자 수십명이 몰려와 일자리를 찾는다. 그렇지만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른 알선소도 여기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재취업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전문직의 경우 직장을 옮길 때마다 경력이 덧붙어 ‘몸값’이 올라간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경력이고 전문지식이고간에 쓸모가 없어요.” 간 에이지는 일본이 미국과 이처럼 다른것을 실직을 눈앞에 둔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부가가치’가 붙는 미국과, 재취업을 ‘폐품 재활용’ 정도로 생각하는 일본의 차이를…. 〈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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