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라쇼몬」주연 미후네 도시 사망…戰後 최고의배우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영화 라쇼몬(羅生門)의 주인공이며 「전후(戰後) 일본의 최고 영화배우」로 꼽혔던 미후네 도시로(三船敏郎)가 24일밤 노환으로 숨졌다. 향년 77세. 중국에서 태어나 2차대전 패전 후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명감독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와 손을 잡고 50, 60년대 「일본영화의 황금시대」를 구축했다. 미후네가 세계 영화계에서 처음 주목받은 작품은 구로사와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소설을 영화화한 라쇼몬. 이 작품이 5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하면서 주연으로 출연한 미후네는 일약 「세계의 미후네」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어 「7인의 사무라이」 「천국과 지옥」 등 구로사와가 메가폰을 잡은 유명작품마다 출연,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이나가키 히로시(稻垣浩)감독이 연출, 한국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의 주인공도 미후네였다. 그는 특히 「7인의 사무라이」나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일본의 전통적인 무사인 사무라이 역할에 관한 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연기를 보였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두번이나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프랑스의 미남배우 알랭 들롱과 연기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가 86년에 제작하고 스스로 주연을 맡은 「흑부(黑部)의 태양」은 대히트를 기록했다. 그는 항상 『연기에 자신은 없으나 노력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듣자 남들이 없는 곳에서 매일 피가 나오도록 발성연습을 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 일본 신문들은 그의 사망소식을 1면에 다루어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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