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한인도 「IMF쇼크」된서리…한인타운,매출 큰폭 줄어

  • 입력 1997년 12월 6일 20시 48분


원화가치 폭락을 비롯한 금융대란 끝에 마침내 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에 의존하는 빈사의 지경에 몰리자 국내는 물론 해외 유학생과 상사주재원, 한인관련 업소들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상당수 유학생들은 급히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자가용 처분 등을 검토중이고 조기 귀국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일부 해외 상사들은 △사무실 철수 △관사 처분 △주재원 수 대폭 감축 등으로 초긴축재정에 돌입했고 그동안 호황을 누려온 여행사와 유흥업소 등 한인관련 업소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유학생〓파리에서 부인과 함께 박사과정을 수학중인 박모씨(35)는 『자가용은 물론이고 이미 본 책 등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모두 처분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관광가이드 등으로 부족한 경비를 충당해 왔으나 요즘은 한인관광이 완전히 끊긴데다 다른 아르바이트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런던의 퀸 메리대 2학년에 재학중인 김지수씨(20)는 얼마전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한 선배가 『경제사정이 어려워 군대나 가야겠다』며 조기 귀국한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든 학업을 계속하려는 그는 최근 학비 충당을 위해 한국인 자녀를 대상으로 한 영어과외를 시작했다. 하루 2시간 과외에 왕복 3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이지만 이나마도 감지덕지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경우 그동안 교회나 성당에 나가는 유학생들은 예배가 끝나면 식사를 함께해왔으나 이젠 서로 이를 기피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취미생활을 포기하고 학술서적 구입까지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뉴욕에는 한때 기승을 부려온 한국인자녀 고액과외가 사라져 유학생들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재원〓A은행 런던지점장 정모씨(48)는 자금사정이 어려워 최근 관용차와 관사를 팔려고 내놓았다. 그는 『증권사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 국내 8개 증권사가 이미 사무소를 철수했다』고 말했다. 홍콩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상사 주재원들 중 20∼30%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기관은 지금까지 필요이상의 직원이 진출한데다 앞으로 합병 또는 폐쇄될 곳도 많아 대폭적인 주재원 감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모재벌기업의 일본법인은 이미 3년내 현지인 고용비율을 현재 40%에서 70%로 높이기로 확정했다. ▼한인상대업소〓식당이나 술집 등 서비스업이 주종인 일본의 한인관련 업소는 사상 최악의 한파를 맞고 있다. 도쿄(東京)의 아카사카나 신주쿠 등지에 있는 한국인 업소들 중 종업원 봉급을 주지 못하거나 임대료를 못내 문을 닫는 업소가 늘고 있다. 또 뉴욕 맨해튼에 있는 코리아타운의 한인업소들도 요즘 심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주재원 등이 여행계획이나 크리스마스 휴가를 취소하는 바람에 여행사들이 도산위기에 빠져있다. 이밖에 귀국선물용품점 중 한 업소는 요즘 매출이 지난 여름에 비해 10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뉴욕·홍콩·파리·런던·도쿄〓이규민·정동우·김상영·이진녕·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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