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안보심포지엄]『美,남북통일보다 화해 역점』

  • 입력 1997년 10월 16일 20시 18분


《최근의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한 미국 조야의 시각은 어떠한가. 평양정권의 장래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중단상태에 빠진 4자회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전략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추구하려 하는가.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미국 공보처 주최로 아시아 태평양지역 15개국 중견언론인이 참가, 워싱턴 하와이 그리고 서울에서 계속된 제1회 「동아시아안보심포지엄」에 참석하면서 가진 질문이었다. 그러나 워싱턴의 의사당 국무부 국방부 그리고 하와이 태평양지역 미군사령부를 방문하면서 먼저 얻은 것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아니었다.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 조야의 엄청나게 새로워진 인식이 무엇보다 먼저 와닿았다.》 미국은 지금 이 지역 44개국가에 대해 한 미군 고위장성의 표현처럼 「잔인할 정도」로 철저히 해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 수출화물의 4분의 3이 아태지역으로, 4분의 1이 대서양지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을 곳곳에서 들으면서 미국인들의 인식의 강도를 느낄 수 있었다. 심포지엄 과정에서 미의회지도자 행정부고위관리 고위장성 지역전문가들을 만났다. 테드 스티븐스 상원국방소위위원장(공화·알래스카), 더글러스 비라이터 하원아태소위위원장(공화·네브래스카), 스트로브 탈보트 국무부부장관, 커트 캠벨 국방부차관보, 태평양군사령관 조지프 프뤼어제독 및 군고위장성, 로버트 갈루치 전대사 등을 만났고 워싱턴의 국방대학원, 하와이의 전략연구아태센터 등을 방문했다. 한반도주변 안보정세판단에서 국무부인사나 국방관계인사들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이 위험스러운 존재이기는 하나 현재의 상황은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와이 전략연구센터의 찰스 살몬 전대사는 동아시아의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10년에서 15년은 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그는 이 지역 주요 국가간의 세력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상태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위기억제역할을 위해 이 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존재를 들었다. 현재 아태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총병력은 10만명선. 해외주둔 미군규모에 대해 주변국이 부담을 느낄정도로 커서도 안되지만 약하게 보여서도 안된다는 것이 국방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으로도 미군의 해외주둔은 미국의 글로벌전략의 기조임이 분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전세계를 지역별로 분할해 해당지역 관할군사령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의 경우 태평양전지역과 인도대륙까지의 44개국이 전담대상이다. 나아가 미군들은 이를 「책임지역」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무력도발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조야에 이견이 없었다. 가능성은 전제하면서도 미태평양함대의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당장 출동해야 할 상황으로는 보지 않았다. 한국군 조종사가 한달 평균 10시간에서 20시간의 비행훈련을 하는데 비해 북한군 조종사는 1년동안의 총훈련비행시간이 10시간에서 20시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특수부대의 증강과 스커드미사일개발로 노후된 재래식무기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고위장성들은 강조했다. 식량 에너지 외환부족난 속의 북한정권을 스티븐스상원의원은 나라가 아니라 광신집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기간에 꾸준히 제기한 질문인 현 북한정권의 존속능력 및 장래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자신있는 답을 얻지 못했다. 현 평양정권의 붕괴가능성에 대해서는 서울의 민족통일연구원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일치된 의견은 없었다. 동행했던 미국의 군사전문기자이자 뉴욕타임스의 전도쿄(東京)지국장 리처드 핼로란은 붕괴하지 않을 것이란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싶다고 했다. 또 미국측 인사들은 한반도 통일보다는 남북한간의 화해조성쪽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한을 너무 몰아붙여서는 화해를 이룰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군 고위관계자는 앞으로도 남북한간 DMZ내의 충돌을 예상할 수 있지만 미군은 확전으로까지 몰고갈 지나친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식의 다소 유연한 사고기조는 중단된 4자회담에 대한 견해에서도 반영됐다. 중단의 이유는 북한이 과다한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면서 언제 재개될 것인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4자회담과 관련, 워싱턴 언론인국제센터에서 있은 토론 때 4자회담은 남북한간의 종합결론을 내리는 것인만큼 군비축소 화학무기감축 등의 남북대화와 병행, 추진됐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행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4자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을 궁지로 모는 일은 하지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분야별 계층별로 전직 고위관리들의 식견과 경험을 십분 활용하는 다양한 싱크탱크의 활동에서 미국의 또다른 저력을 실감했다. 서울 민족통일연구원의 젊은 박사들이 외국언론인들에게 한반도안보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대로 큰 위안을 얻었다. 최규철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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