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다과회 녹화테이프 공개…워싱턴 벌집 쑤신듯

  • 입력 1997년 10월 7일 19시 56분


44번에 걸친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백악관 다과회 주최 장면을 기록한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됨에 따라 워싱턴이 술렁이고 있다. 마치 지난 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하야토록 궁지에 몰아넣은 육성 녹음테이프가 발견된 것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다. 공화당은 클린턴이 이 테이프를 은폐했다며 뒤늦게 제출한 경위를 밝히겠다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비디오테이프들은 통치사료를 남기기 위해 대통령 부부의 동정을 비디오로 기록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국방부파견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WHCA)가 촬영한 것으로 WHCA는 미국인들에게도 낯선 기구. 그러나 73년과 다른 것은 문제의 테이프에서 연방건물 안에서의 정치자금 모금을 금지한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백악관측은 오히려 대통령의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존 황을 비롯,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들과 환담하는 모습이 보도됨으로써 국민들에게 정치모금과 연계돼 있다는 생생한 실감을 던져줬다. 더구나 다과회에 참석한 거액 기부자들이 주요국의 대사들로 임명된 것으로 나타나 전체 대사직의 40%를 자금기부와 같은 정치적 배려에 따라 지명하는 미국판 「엽관제(獵官制)」의 실상이 한눈에 드러났다. 마침 6일 스웨덴 주재대사로 지명된 트래블러스보험회사의 린든 올손 회장은 지난해 8월23일 백악관의 다과회에 참석한 뒤 자신 및 회사이름으로 민주당에 모두 23만4천8백달러를 기부했고 공화당에도 38만달러나 건네주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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