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소로스,동남아 통화위기 놓고 공방

  • 입력 1997년 9월 22일 20시 05분


국제통화기금(IMF)연차총회가 열리는 홍콩에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국제금융계의 귀재 조지 소로스의 설전이 최대의 화제로 등장했다. 이들의 관계는 마하티르 총리가 7월 『동남아 금융위기의 배후에는 소로스가 있다』며 『그를 만나면 「꺼져버리라」고 욕해주겠다』고 말한 이후 줄곧 주목돼왔다. 마하티르 총리는 20일 홍콩도착 직후의 기자회견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앞으로 무역대금 결제를 위한 외환거래 이외에 일체의 외환거래를 금지하고 특히 외환투기를 불법화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로스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외환투기 활동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에 소로스는 21일 오후의 한 연구발표회에서 『마하티르는 말레이시아의 「골칫덩이」가 돼가고 있다』며 마하티르의 외환거래 규제방안은 「재난으로 가는 처방」이라고 직사포를 날렸다. 그는 만약 말레이시아에 언론자유가 있다면 마하티르는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불행히도 그의 언론통제 때문에 나의 발언이 말레이시아 국민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죽거리기도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금융위기는 무리한 고정환율제와 부동산거품현상, 그리고 부적절한 금융통제와 외환정보 부재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마하티르는 자신의 경제정책 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선택해 온갖 사악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소로스측은 『한번 만나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토론해보자』고 제의했으나 마하티르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나란히 IMF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홍콩〓정동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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