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機 추락/비통한 프놈펜醫大]우리는 천사를 잃었다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07분


『우리는 천사를 잃었습니다. 유일한 희망이었고 꿈이었는데…. 국경을 넘는 사랑으로 진정한 인도애와 사랑을 실천해 주었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이왜 희생돼야 합니까』 프놈펜의과대학 킴바오학장(60·외과전문의)은 4일에도 병원과 사고현장을 누비다 돌아와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원광대와 우리를 도와준 한국분들의 후의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5일 준공되는 대학원의 건물 명칭을 「한국―캄보디아 우정관」으로 명명하려 했습니다. 조그만 우리의 성의도 보지 못하고 떠났으니 뭘로 보답해야 합니까』라고 킴바오 학장은 울먹였다. 킴바오학장은 3일 오후 교직원 6명과 함께 원광대 의대 동창회장 김봉석(金奉奭·36)씨 일행 6명을 맞이하기 위해 공항에 나와 기다리다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비행기가 추락한 사실을 안 프놈펜 학장과 의대 관계자들은 사고 현장으로 내달리면서 제발 살아있기를 기원했다. 현장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밤늦게까지 생존자와 희생자가 수용된 병원을 지키다 학교로 돌아간 그들은 킴바오학장의 주도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일단내일에 대비하기 위해 각자집에 돌아갔으나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캄보디아는 오랜 내전으로 너무나 피폐해졌습니다. 때문에 외국 원조에 의존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프랑스 정부가 3년간 30만달러를 지원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 형편에서 원광대의 도움은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금액도 크지만 인도애에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프놈펜의대 재학생은 현재 총 1천9백21명. 교수진 교과과정 학습기자재 교재 등이 열악한 상태일뿐만 아니라 책상조차 부족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 그러던중 지난해 11월 원광대 문영회 의대학장(63) 김봉석동창회장 등이 프놈펜의대를 찾아와 자매결연을 하고 영문 교재를 지원했으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후부터 김회장은 세차례나 더 프놈펜을 방문, 가구 전등 테이블 컴퓨터 슬라이드 투사기 등을 지원했다. 이번 방문도 후속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오늘 아침에 부석부석한 얼굴들로 모여 들었습니다. 한잠도 자지 못했어요.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를 돕기 위해 그 먼 곳에서 달려와 준 분들인데…. 그분들의 따뜻한 미소가 눈에 선합니다』 킴바오학장은 채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프놈펜〓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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