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친선축구 1차전]日 약진…「맹주 한국」흔들린다

  • 입력 1997년 5월 22일 20시 00분


『기술면에서는 한국에 뒤질게 없다. 다만 정신력이 문제다』 이는 일본축구대표팀의 간판스타 미우라 가즈요시(30)가 21일의 한일전을 앞두고 했던 말이다. 기량면에서는 일본축구가 한국을 능가할 수 있는 단계가 됐지만 그동안 아시아축구의 맹주로 군림해온 한국축구의 관록과 전통이 부담이 된다는 뜻이었다. 미우라의 이러한 예상은 경기에서 사실로 입증됐다. 일본이 개인기와 조직력에서 한국을 앞서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던 것. 결과는 1대1이었지만 전체적인 플레이내용은 일본이 한국을 앞섰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 이날 경기를 지켜본 조영증 전 LG감독은 『일본이 홈구장의 이점을 안고 있었고 한국은 주전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일본이 전술의 기본인 패스와 조직력에서 앞섰다』며 『일본은 골결정력이 높은 스트라이커가 한명만 더 있었더라면 두서너골은 더 넣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10년이나 늦은 93년 프로축구 J리그를 출범시켰지만 철저한 준비와 재력, 경기장시설 등을 바탕으로 단시일내에 급성장을 이뤘다. 반면 한국은 축구 발전의 근간이 되는 프로축구가 변변한 경기장도 없이 팬들의 외면속에 갈수록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 일본 프로축구 세레소 오사카팀에서 활약중인 고정운(30)은 『일본은 유럽이나 남미 등 축구선진국의 기량을 곧바로 수입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기술적인 측면이나 각종 시설면에서 일본에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당면 목표는 내년 프랑스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물안 개구리」식 자만에 빠지지 않고 선진기술을 지속적으로 습득해 아시아축구 최강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도쿄〓권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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