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 25년 파이어니어 10호 공식 퇴역

  • 입력 1997년 4월 3일 07시 58분


존재할지도 모르는 태양계 밖 우주인에게 보내는 지구인의 메시지를 간직하고 지난 4반세기동안 우주에서 목성과 화성 탐사임무를 수행한 세계 최장수 우주탐사선 파이어니어10호가 지난달 31일 공식퇴역했다.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파이어니어10 우주선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간 통신이 이날 오전 11시45분 끊어졌다』고 발표했다. 우주체류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는 핵발전기가 작동을 중단한 것. 파이어니어10호는 마지막 통신순간 지구에서 1조㎞ 떨어진 지점을 시속 4만5천㎞로 유영중이었다. 「원로우주선」은 이제 목성의 중력이 빚어내는 척력(斥力)을 타고 우주로 끝없는 유영을 하는 최초의 우주선이 된다. 파이어니어10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우주인과의 조우에 대비, 지구에 대한 정보와 지구인의 친선 메시지를 그려 넣은 알루미늄판을 싣고 있다. 이 알루미늄판에는 남녀의 나체 그림과 태양계에 속한 지구의 안내도, 바흐의 음악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외계에 지구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이 판은 최근 고인이 된 우주인 칼 세이건이 설계한 것이다. 1972년3월2일 발사된 파이어니어10은 무게 2백50㎏으로 25년동안 96억㎞의 우주공간을 날았다. 지구를 30만바퀴 돈 셈이다. 우주에 올라간 파이어니어는 화성을 가장 근접해 통과했고 이듬해 12월에는 인류사상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황홀한 목성의 모습을 전송하기도 했다. 지구로 보내는 전파도 가물가물하다. 통신이 끊어진 2일부터는 단지 1조분의 1W의 신호만 내고 있다. 파이어니어10은 원래 21개월간의 임무를 위해 만들어졌다. 콩알만한 우주쓰레기의 파편만 맞아도 치명적으로 손상되는 이 우주선이 화성과 목성사이에 깔려있는 소행성대를 무사히 통과하리라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파이어니어 프로젝트를 맡았던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래리 래셔박사는 『파이어니어의 활동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면서 『인류 우주연구역사에 중대한 획을 그은 우주선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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