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망명/북경 스케치]北대사관 다시 일상으로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0분


○…북한이 黃長燁(황장엽)비서 망명을 묵인할 것을 시사한 다음날인 18일 오전 주중(駐中) 북한 대사관은 대사관 직원들이 물건을 사러 나오거나 무역일꾼(상사원)들의 외출모습이 눈에 띄는 등 긴장이 완화된 분위기가 역력. 근처 가게에서 동료들과 함께 쇼핑중이던 한 북한직원은 기자가 대사관 동정에 대해 묻자 『갈 사람은 보내야지 뭐 어떡하겠어』라고 무뚝뚝하게 대답, 북한측이 이미 17일자로 황비서망명요청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했음을 시사. 한편 춘절명절이 끝난 탓인지 북한대사관 맞은편 도로를 따라서 노점상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채소가게가 들어선 대사관 옆 골목은 손님들로 북적대 대사관 주위는 마치 황비서 망명사건 이전의 한가로운 모습으로 돌아간 느낌. ○…북한측은 17일 황비서가 보호돼 있는 북경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의 동향을 감시하던 차량과 요원들을 일제히 철수시킨 뒤 18일 오후까지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북측의 황비서 망명허용 관련설이 유력하게 대두. 중국 공안당국은 북한요원들의 이같은 철수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치된 차량 바리케이드와 방탄차 2대 외에도 18일 아침 다시 3대의 장갑차를 추가 배치하는 등 경비를 오히려 강화. 또 영사부 주변에 50m 간격으로 배치된 무장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인민무장경찰을 버스 5대에 나눠 싣고 영사부 주변 네귀퉁이에 배치하고 심야에는 장갑차 4대를 동원, 대사관 주변도로를 순찰하는 등 아직은 북한의 보복 행위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 ○…중국당국의 이번 사건 보도불허 방침으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는 가운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일부 북경시민들 사이에서는 金正日(김정일)이 망명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실소. 이날 영사부 건물 주위에 구경나왔다가 기자를 만난 한 북경시민은 『김일성주석의 최측근인 김정일이 망명한 것이 아니냐』며 『그렇다면 북조선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등 횡설수설. ○…황비서망명 요청사건의 장기화에 따라 한국대사관 영사부 주위에 교통통제가 계속되자 비자를 받으려는 조선족들 뿐만 아니라 근처 외국대사관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 한국 영사부 바로 앞에 붙어있어 그동안 여러가지 불편을 겪어오던 주중 프랑스 대사관은 이날 대사관 주위에 「교통불편으로 그동안 해오던 영화상영을 부득이 중지할 수밖에 없다」는 공고를 게재. 〈북경〓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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