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황의봉특파원] 黃長燁(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라는 초거물급 인사의 망명요청이란 뜻밖의 사태를 만난 중국측은 사태처리 방향을 놓고 무척 고심하고 있다. 13일 현재 중국측은 아무런 공식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이날까지 일체의 관련 보도를 삼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내부적으로 이 문제처리에 크게 당혹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비서가 워낙 거물이어서 북한측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지금까지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중 하나다.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후 반체제물리학자 方勵之(방려지)교수가 미국으로 망명을 요청했을 때도 1년이상이나 미국대사관에서 거주한 전례가 있을 만큼 이번에도 조속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중국은 13일 외교부가 내놓은 첫 공식입장 발표에서 『관련보도에 대해 현재 조사중이다』 『관련 각국이 냉정하게 대해야 할 것』 등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도 중국 특유의 「만만디」 작전이 시작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미국정부는 북한 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의 한국 망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 우방인 한국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면서 『우선 황비서의 한국 망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미국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곧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정부에 황비서의 망명이 원만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력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서도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정부는 특히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돼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황비서의 망명요구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매듭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동경〓윤상삼특파원] 일본 정부는 黃長燁(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 망명요청 사건으로 남북대화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남북이 서로 감정적인 대응을 시작할 경우 4자회담의 조기실현은 물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정부는 그러나 남북한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일단 사태추이를 면밀히 지켜본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