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되고 독도 되는 커피, 관건은 ‘마시는 양’

  • 주간동아
  • 입력 2026년 7월 5일 09시 20분


[이윤현의 보건과 건강]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인당 400잔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GETTYIMAGES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인당 400잔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GETTYIMAGES
대한민국은 가히 ‘커피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약 2조65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 연간 커피 소비량은 인당 150잔 안팎인데, 한국인은 평균 400잔 이상을 마신다는 통계도 있다. 2024년 기준 416잔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셔도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2017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3~4잔씩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안 마시는 사람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17% 낮았다. 심혈관계 질환 사망 위험은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에 함유된 항산화·항염 성분이 그 비결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통상적인 섭취 범위에서 커피가 건강을 해친다는 일관된 증거는 없다.

하루 4잔 넘게 마시면 건강에 악영향
다만 각종 연구를 보면 커피의 이로운 효과는 대체로 하루 3~4잔 섭취 수준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 선을 넘으면 위험이 고개를 든다. 커피 주성분인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불안, 불면, 손 떨림, 가슴 두근거림이 발생한다. 또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임신 중 카페인 다량 섭취는 저체중아 출산, 유산, 조산 위험과 연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량 한도는 400㎎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인이 약 100㎎ 들어 있다고 보면 4잔이 상한이다. 여기에 하루 중 무심코 섭취하는 에너지음료, 콜라, 초콜릿 등에 함유된 카페인까지 더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권고량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들여다봐야 할 문제는 ‘의존’이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엄연히 향정신성 물질이다. 우리가 무심코 “커피 없이는 못 산다”고 할 때, 그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닐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2013년 ‘카페인 금단(caffeine withdrawal)’을 정식 질환으로 등재했다. 평소 커피를 꾸준히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섭취를 중단하면 12~24시간 안에 두통, 피로, 졸림이 시작돼 약 일주일간 이어진다. 이것이 커피를 계속 마시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핵심은 ‘양’이다. 커피는 그 자체로 약도, 독도 아니다. 하루 두세 잔의 커피는 분명 삶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저가 커피 전문점의 확산으로 커피를 마시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무심코 ‘한 잔 더’를 외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한번 자문해보자. 나는 커피를 즐기고 있는가, 아니면 커피에 끌려다니고 있는가. 아침 커피를 거른 날 두통이 지끈 찾아온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 커피가 선사하는 향긋한 여유는 누리되, 내가 비운 잔 수만큼은 헤아리며 마시자. 작은 절제가 커피를 평생 친구로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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