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전쟁, 외국 정보작전에 대응할 때[기고/로버트 요크]

  • 동아일보

로버트 요크 퍼시픽포럼 지역연구국장
로버트 요크 퍼시픽포럼 지역연구국장
중국은 허위정보나 유해정보를 퍼뜨리는 방식으로 자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시도는 유럽, 중남미, 미국 등 중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도 관찰됐으며, 특히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는 주변 국가들에서 두드러진다.

중국이 가장 적극 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대상은 대만과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국가 중 공개적으로 가장 강하게 대응해온 국가다. 현재로선 한국은 이들 국가에 비해 주목도가 낮고 받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이는 언어 장벽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구조적 의존성이 일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도 이른바 ‘정보 조작’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은 싱크탱크 보고서나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2023년 중국의 PR 기업들이 40여 개의 허위정보 웹사이트를 운영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사이트는 친중 및 반미 서사를 포함하고 있었다. 가천대 연구팀은 한일 및 한미 관계를 비판하고 중국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조직적 댓글 활동’을 수행한 50개 이상의 계정을 확인하기도 했다. 창원대 연구진 등은 네이버에서 약 80개, 유튜브에서 약 240개의 중국 관련 의심 계정을 발견했다. 또 이들이 중국 산업을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한국 기업을 비판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정보들은 한국의 선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대중(對中) 여론은 과거에 비해 부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를 보여 왔으나, 아직 정치적 의사결정이나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반발도 지속되고 있다.

언어적 요인은 한국이 중국의 ‘정보작전’에 덜 취약한 방어 기제로 분석된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 확산하는 구조에서 비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작성된 정보는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이 제한되면서 확산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인 유학생의 지속적인 증가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이 형성한 언어적 장벽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중국의 ‘정보작전’은 사회·정치적 분열을 증폭시키는 전략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입법·정책 결정권자들의 중국 관련 대응을 제약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 최근 제정된 AI 기본법 등을 통해 외국의 정보조작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의 정보조작 대응은 유의미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대형 플랫폼이 외국발 정보조작과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정치자금과 해외 출처에 대한 투명성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유럽미디어자유법(EMFA)이 언론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물론 EU와 한국의 상황이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외국의 정보조작 문제가 더욱 심화되기 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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