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일 케이스포돔서 첫 월드투어 피날레 리뷰…3만2천명 운집
21개 지역 42만명 관객 동원…K-팝 보이그룹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
정점이라는 ‘스칼라’를 넘어, 공명이라는 ‘벡터’의 속도로
핸드 마이크 들고 라이브 밴드와 호흡 인상적
ⓒ뉴시스
이야기는 떠나야 시작되고, 항해는 돌아와야 완성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가 십수 년의 표류 끝에 고향인 ‘이타카’의 해안에 발을 내디뎠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단순한 ‘귀환’이 아닌 그간의 고난이 응축된 ‘서사’였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펼쳐진 라이징 그룹 ‘라이즈(RIIZE)’의 첫 월드투어 피날레 ‘2026 라이즈 콘서트 투어 [라이징 라우드] 피날레 인 서울’은 8개월간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이 시대의 젊은 항해사들이 자신들의 ‘리얼타임 오디세이’에 찍은 가장 찬란한 마침표이자 새로운 장(Chapter)을 여는 서문이었다.
물리학에서 ‘스칼라(scalar)’는 방향 없이 크기만을 갖는 물리량이다. 반면 ‘벡터(vector)’는 크기에 ‘방향’을 더한다. 라이즈의 지난 여정을 단순히 수치로만 치환하면 압도적인 스칼라값이 도출된다. 전 세계 21개 지역 42만 명의 관객 동원, 그리고 K-팝 보이그룹 최단기간(데뷔 2년5개월) 도쿄돔 입성….
하지만 이번 피날레 무대에서 목도한 라이즈는 맹목적인 상승 속력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누구와 함께 호흡하는지를 명확히 인지하는 ‘벡터의 성장’을 보여줬다.
공연의 포문을 연 ‘백 배드 백(Bag Bad Back)’부터 ‘사이렌(Siren)’, ‘잉걸(Ember to Solar)’로 이어지는 오프닝 섹션은 이 팀이 가진 폭발적인 에너지를 증명했다. 특히 27곡의 세트리스트로 구성된 이날 공연에서 핸드마이크를 든 채 라이브로 소화해 내는 모습은, 화려한 명성(‘페임’)이라는 신루(蜃樓)에 안주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의 실존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치열한 태도의 발로였다. 라이즈의 음악적 정체성을 관통하는 핵심은 ‘악기 서사’다. ‘겟 어 기타(Get A Guitar)’, ‘붐붐베이스(Boom Boom Bass)’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번 공연에서 밴드 세션과의 완벽한 합을 통해 생명력을 얻었다.
이날 무대 위의 밴드는 단순한 반주자가 아니었다. 임민기(기타), 송근호(베이스), 조성태(키보드), 그리고 밴드 마스터 송국정(드럼)은 라이즈의 여섯 멤버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제7의 멤버’로서 활약했다. 특히 송국정 마스터가 눈을 손으로 가린 채 신들린 드럼 연주를 선보일 때, 공연장은 흡사 록 페스티벌의 모시핏(Mosh pit·격렬하게 춤추는 곳) 존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연 중반, ‘섬싱 인 더 워터(Something’s in the Water)’ 무대에서 샤막 프로젝션을 통해 멤버들이 물속에 잠긴 듯 연출된 장면은 이번 투어의 시각적 정점이었다.
여기서 라이즈가 보여주는 ‘부유(浮遊)함’은 갈 곳 잃은 방황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향해 유연하게 몸을 던지는 청춘의 특권이며, 타인과의 경계를 허물고 가까워지는 ‘부유(富有)한’ 마음으로의 수렴이다. ‘플라이 업(Fly Up)’ 무대에서 보여준 뮤지컬 같은 액팅과 콰이어(합창) 서사는, 혼자만의 비상이 아닌 “높은 곳을 함께 가자”는 연대의 메시지로 확장됐다. 앤톤이 트랙 메이킹에 참여한 ‘나인 데이즈(9 Days)’ 아웃트로·‘임파서블(Impossible)’ 인트로 리믹스와 성찬이 작사한 ‘올 오브 유(All of You)’ 한국어 버전은 이들이 단순한 퍼포머를 넘어 창작자로서 자신의 서사에 책임을 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미 NCT로 한차례 데뷔한 뒤 이 팀으로 재데뷔한 쇼타로는 빈틈 없었고, 은석은 기본기가 탄탄했다. 쇼타로처럼 먼저 NCT로 데뷔했던 성찬은 물살을 안정적으로 가르는 그루브를 맡았다. 올라운더 멤버인 원빈은 조타수처럼 내내 팀의 방향성을 책임졌다. 메인보컬인 소희의 고음은 망루에 오른 듯 항상 높이 비상했다. 멤버들이 돌출 무대를 누비며 브리즈(BRIIZE)와 눈을 맞추는 순간들은, 기록될 수 없는 찰나의 영원을 완성했다.
42만 명의 함성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에서 닻을 내린 라이즈는 이제 챕터 3의 문턱에 서 있다. 망망대해를 가르는 배에 필요한 것은 빠른 속력이 아니라 정확한 방향타다. 라이즈는 이번 투어를 통해 자신들만의 북극성을 찾은 듯 보였다. 가장 믿음직스러운 속도로, 가장 솔직한 문장으로 자신들의 서사를 팽창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날 라이즈가 쏟은 눈물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타인의 바다 혹은 우주를 품을 수 있을 만큼 넓어진 마음의 증명이었다.
진정한 성장이란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의 공명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라이즈의 ‘리얼 타임 성장 서사’는 그 길로 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6일부터 열렸다. 7일엔 전 세계 10개 지역 143개 극장 라이브 뷰잉을 진행했다. 3일 공연 전 회차 시야제한석까지 매진돼 총 관객은 3만2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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