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 인사키워드 ‘세·기·인’… 젊은 리더 늘리고 기술인력 중용

  • 동아일보

삼성, 40대 부사장 승진자만 11명
GS, 오너 일가 3·4세 경영 전면에
LG-SK 등 ‘기술통’ 줄줄이 대표로
AI전환 위한 조직 신설도 잇따라… “국내외 변수확대 속 대응속도 높여”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정기 인사 및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 대비를 위한 새로운 진용 구축에 나섰다. 2026년 기업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세(세대교체)·기(기술인재 발탁)·인(인공지능 강조)’으로 압축된다. 핵심 사업의 수장을 대폭 교체하고, 젊은 리더를 전면에 세웠다. 인공지능(AI) 전환기를 맞이해 기술 인재 출신들이 약진하는 가운데 AI 맞춤형 조직도 잇달아 만들고 있다.

● 세대교체 단행한 주요 그룹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들은 예년보다 앞당겨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AI 경쟁 심화 속에서 내년 전략 구도를 조기 정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 인사의 첫 번째 흐름은 세대교체다.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어졌던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전환하며 수장을 기존 정현호 부회장에서 박학규 사장으로 교체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변화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 삼성’ 구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젊은 임원 발탁도 두드러졌다. 올해 삼성 인사에서 40대 부사장 승진자는 11명으로 전년(8명)보다 늘었고, 30대 상무도 2명 발탁돼 작년 1명에서 확대됐다.

삼성 외 주요 그룹들도 계열사 사장을 대거 교체하며 전면 쇄신에 나섰다. SK그룹은 SK텔레콤(정재현 사장), SK온(이용욱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잇달아 교체하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SK㈜ 대표 자리는 강동수 신임 사장이 이어받았다. 현장형 차세대 리더가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그룹은 1982년생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1980년대생 총수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GS그룹에서도 3, 4세 경영진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나란히 부회장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최근 실적 부진과 조직 경직성 논란 속에서 4명의 부회장단을 전원 교체하고 CEO 20명을 바꾸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쇄신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 기술인재 중용·AI 조직 신설도 ‘트렌드’

기술 인재를 전면에 배치한 것은 올해 인사의 뚜렷한 흐름이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과 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에 기초과학 분야 석학인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를 영입했다. 삼성리서치장에도 ‘기술통’으로 꼽히는 윤장현 사장을 앉혔다.

LG그룹 역시 이공계 출신인 류재철·김동춘 사장을 각각 LG전자와 LG화학 신임 대표로 선임해 기술 기반 리더십을 강화했다. SK그룹은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기술 인재 기용에 속도를 냈다.

AI 전환을 위한 조직 신설도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구축을 총괄할 디지털트윈센터를 신설했고, LG전자는 디지털전환(DX) 센터와 업무혁신담당을 묶어서 전사적인 AI 전환을 담당할 AX센터를 출범시켰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AI위원회를 새로 꾸렸으며, HD현대그룹도 대표이사 직속으로 AIX추진실을 만들어 그룹 차원의 AI·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도록 재편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변수 확대 속에서 기업들이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AI 전환 흐름에 맞춰 세대교체와 기술 인재 중용에 공통적인 무게를 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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