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
화재 진압까지 버틸수 있게 설계… 방독면-비상 조명등-생수 등 비치
피난용 엘리베이터로 탈출도 가능
1971년 대연각호텔 불, 163명 사망
홍콩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고층 건물이 많은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1971년 당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22층) 대연각 호텔 화재(사망 163명·부상 63명) 악몽을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홍콩 고층 건물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136동이다. 부산이 41동으로 가장 많고 서울(24동), 인천(23동), 경기(19동) 순이다. 최근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2∼5구역, 재개발 지역인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에서도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추진되고 있다. 준초고층 건물로 분류되는 31∼49층 건물은 총 4620동이다.
홍콩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대나무 비계(飛階·고층 작업용 가설물)’는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한국 건설사들은 모두 철제 비계를 사용한다. 대나무 비계로 인한 화재 확산 위험은 없는 셈이다.
한국의 고층 건물 화재 방지 기준은 대폭 강화된 상태다. 2019년부터 3층 또는 9m 이상인 모든 건축물 외장재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不燃)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또 화재가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방화 구획’을 모든 층에 적용하도록 했다. 화재 시 건물 안에서 소화전이 작동하고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운행될 수 있도록 비상전원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고층 건물은 1시간 이상, 초고층 건물은 2시간 이상 작동해야 한다.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피난안전구역’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은 30개 층마다 1곳 이상, 고층 건물은 중간층을 기준으로 상하 5개 층 이내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재난 벙커’ 역할을 한다. 이곳으로 대피한 사람들이 화재 진압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방독면과 비상 조명등, 생수 등이 비치돼 있고 열이 반대편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차열방화문도 설치돼 있다. 고층 건물에는 일반 건물보다 더 많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555m)의 경우 스프링클러 16만 개가 있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때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도 된다. 고층 건물에는 피난용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있다. 비상전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화재 시에도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 밖으로 나올 수 없다면 곧바로 피난안전구역을 찾아야 한다. 대피할 때는 외부 산소가 유입돼 불을 더 확산시키지 않도록 창문을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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