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무죄로 결론 난 ‘초코파이 절도’

  • 동아일보

소액범죄 처벌 적정성 두고 논란
“초코파이 나도 먹어” 동료들 증언에
2심 재판부 “고의성 없다” 무죄 판결
“이런 일로 고통받는 노동자 없어야”

초코파이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뉴스1
초코파이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뉴스1
전북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어치 간식을 훔쳐 먹은 혐의로 기소된 보안업체 직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으로 불리며 소액 절도 처벌 기준과 수사·기소 관행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던 이 사건은 결국 원심을 뒤집는 판단으로 결론 났다.

● “절도 고의성 없어” 관행 인정

전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도형)는 27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41)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벌금 5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 보안 협력업체 직원으로, 지난해 1월 물류회사 냉장고에서 탁송 기사들의 간식인 초코파이(450원)와 카스타드(600원)를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8월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절도 혐의가 확정될 경우 경비업법상 결격 사유가 돼 취업이 어려운 탓에 김 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다시 절도 혐의를 인정해 올해 4월 벌금 5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곧바로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장소인 건물 2층 사무실이 업무 공간과 탁송 기사 대기 공간으로 구분돼 있고, 업무 공간은 기사 출입이 제한된 점 △김 씨 동료 역시 간식을 먹은 사실은 있으나 해당 사무실 냉장고에서 꺼내 먹지는 않은 점 △김 씨가 탁송 기사들에게 냉장고 내 물품 처분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먹었을 뿐”이라는 김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탁송 기사와 김 씨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증인으로 출석한 한 기사는 “보안요원들이 새벽에 문을 미리 열어주면 고마움의 표시로 기사들이 간식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또 “직접 건네줄 시간이 없어 사무실에 있는 간식을 먹으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 동료 직원 39명도 해당 사무실에서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동료들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은 기사들이 해당 간식을 제공할 권한이 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관행을 사실상 인정했다.

● “비슷한 일로 고통받는 노동자 없기를”

이 사건은 소액 범죄에 대한 처벌 적정성을 두고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졌다. 경미한 분쟁이나 단순 착오까지 법정으로 가져가는 등 무리한 고발·기소 관행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판이 이어지자 전주지검은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었고, 시민위원회는 선처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30일 선고유예를 구형했다.

27일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김 씨는 항소심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무척 치욕스럽고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 상호 호의에 기반한 수십 년 관행이 한순간에 범죄가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로 고통받는 노동자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전주지검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소액 절도#법원 판결#노동자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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