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감사 결과]
교육부 과장 등 메모한 회의내용… 다른 부서 전보때 폐기 처리해
일부 “실습 부족 우려” 지적에도… “예산 지원해 사후관리 가능” 강행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뉴스1
2000명 늘어난 의대 정원을 대학별로 분배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했던 위원회는 공식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대학 현장을 점검하지 않고 배정 기준을 들쭉날쭉 적용해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27일 감사원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 과장 등은 지난해 3월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에 참석해 회의 내용을 개인 업무 수첩과 A4 용지에 메모했다. 이들은 회의를 마친뒤 메모를 바탕으로 회차별 회의 결과 요약자료를 작성했다.
해당 자료에는 일시, 참석자, 상정 안건명, 주요 논의 내용, 합의사항 등이 포함됐다. 작성자들은 요약자료를 작성한 뒤나 이후 다른 과로 자리를 옮길 때 해당 메모를 파기했다. 별도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회의록를 만들지 않은 게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법에 따라 대통령 등 주요 직위자의 업무 관련 메모는 기록물로 관리하도록 돼 있으나, 실무자의 회의 논의 내용 메모는 이에 미해당한다”며 “회의록 미작성, 메모 파기 등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정원 배정 과정에서 교육부가 별도로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4일 대학들로부터 교원·실습병원 확충 계획 등을 담은 배정 신청서를 받았고 18일 배정위에서 유형별 기준과 ‘수도권 임상실습 비율 과다’ 등 6개 조정 사유를 적용한 배정안을 확정했다.
감사원은 “교육부는 대학별 현장점검 등의 방법으로 배정신청 대학의 향후 교육 여건 확보 가능성 등에 대한 체계적 점검 없이 정원 배정 규모를 최종 결정했다”며 “3차 회의에서 신규 배정 규모(151명)가 가장 많은 충북대의 경우 실습병원 부족 등 교육 여건 확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므로 별도의 현장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교육부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사후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특정 대학에만 감소 조정 사유를 적용하고, 비슷한 다른 대학에는 적용하지 않은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봤다. 건국대(충주)의 경우 수도권 병원 임상실습 비율이 과다하다(82.7%)는 이유로 정원이 20명 줄었지만 동국대(경주·91.5%), 가톨릭관동대(강릉·100%) 등은 건국대보다 해당 비율이 높은데도 정원이 줄지 않았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 현장점검 등을 통해 대학의 교육 여건 확보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하지 아니하거나 대학별 정원 배정 기준을 일관성 없이 적용해 대학별 정원 배정의 타당성·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며 주의 요구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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