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한은, 금리인하 ‘기조’→‘가능성’ 바꿨다

  • 동아일보

환율-집값 불안에 4연속 동결
결정문서 인하 종료 가능성 시사
이창용 “젊은층 해외투자 유행 걱정
국민연금 환헤지 노후자산 보호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은행이 27일 환율 고공 행진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며 4회 연속 동결했다. 금리 결정 이유와 향후 방향을 보여주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선 ‘인하 기조’란 표현을 ‘인하 가능성’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한은이 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결정 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미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를 지목하며 “유행처럼 해외 투자가 퍼지는 것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 국고채 금리 1년 4개월 만에 3% 돌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올해 7월과 8월, 10월 회의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번 결정은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7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1464.9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연 4.0%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벌어지면 더 높은 이율을 좇아 자금이 유출되며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할 가능성도 동결 결정 이유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도 완화됐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1.0%로, 내년도 GDP 성장률은 1.6%에서 1.8%로 끌어올렸다. 이번에 처음 나온 2027년 성장률 전망은 1.9%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금리 인하 종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한 뒤 지난달까지 의결문에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문구를 줄곧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인하 기조’가 ‘인하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바뀌었다.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7월 31일(3.004%)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 연 3%를 넘어섰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1.8bp(베이시스 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오른 연 3.013%에 장을 마쳤다.

● “서학개미, ‘쿨하다’며 유행처럼 투자해 걱정”

금리 동결의 핵심 원인이 된 고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젊은 분들이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 이렇게 딱 나오더라”며 “이게 무슨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대책으로 정부가 국민연금을 ‘소방수’로 내세우려 한다는 지적도 부인했다. 이 총재는 “민간이 해외로 (투자금을) 많이 가져가면 나라 전체의 최적화된 포트폴리오가 어떤지 국민연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영향을 무시하기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끼치는 영향 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와 달리 연금 운용 자금이 가파르게 늘었다가 고령화가 심화하면 (자산을 팔아) 빠르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수한 실정”이라며 “유연하게 환율 수준에 맞춰서 (전략적 환헤지 등을) 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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