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110만 t 감축’ 구조조정 첫발… 여수-울산 산단이 관건

  • 동아일보

롯데-HD현대, 대산 NCC공장 통폐합
중국발 공급과잉-장기 업황 부진… 석화업계 위기 극복 물꼬 평가
여수 생산량, 대산-울산보다 많아… “기업 이해관계 달라 합의 쉽지않아”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사진)에 공장을 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구조조정 협상을 벌인 끝에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석화 구조조정 1호 사례다. 뉴시스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사진)에 공장을 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구조조정 협상을 벌인 끝에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석화 구조조정 1호 사례다. 뉴시스
롯데케미칼과 HD현대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중국발 공급 과잉과 장기 업황 부진에 시달려 온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번 통합을 신호탄으로 전남 여수나 울산 등 다른 산업단지에서도 사업 재편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엇갈려 있어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 NCC 공장 통폐합… 정부 맞춤 대책 마련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26일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에 따라 산업통상부에 공동으로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청안에 따르면 양 사는 대산 산단에서 개별 운영해 온 NCC 공장을 하나로 통폐합한다.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을 물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 법인 지분을 50%씩 갖게 된다.

구체적인 설비 감축 규모는 산업부 심사 과정에서 확정되지만, 기존 NCC 공장 중 한 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나머지 한 곳을 중심으로 통합 운영한다는 큰 틀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대 110만 t이 감축되는데 이는 정부 감축목표(최대 370만 t)의 30% 규모다. 양 사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사전심사 신청서도 제출했다. 본계약 체결과 정식 신고는 내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사업재편안 제출 마감 시한을 한 달 앞두고 나온 이번 합의는 석유화학 업계 위기 극복의 첫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화학 설비 증설로 국내 업계가 장기간 업황 압박을 받아 온 상황에서 NCC 통합을 계기로 국내 공급 과잉이 해소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재편안에 맞춰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는 사업 재편을 승인할 때 관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세제·연구개발(R&D)·원가 절감 및 규제 완화 등 맞춤형 기업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두 달 내에 심사하면 되지만,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NCC 생산량 가장 많은 여수 주목

이제 관심은 여수와 울산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 산단에서 사업재편안이 나올지에 쏠리고 있다. 정부가 사업재편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밝힌 만큼, 다음 달 다른 기업들도 사업재편안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NCC 통합을 논의 중이고, 울산 산단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NCC 통합을 통해 경쟁력 없는 범용 에틸렌 제품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세부적인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수와 울산 산단의 협상은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산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여수 산단의 NCC 생산량(641만5000t)은 국내 3대 산단(대산 477만5000t, 울산 176만 t) 중 가장 많다. 생산량이 많은 만큼 감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아 구조조정 난도도 그만큼 높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도 재편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천NCC 지분을 절반씩 가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측의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여수 산단을 직접 방문해 석유화학 기업 간담회를 열고 추가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압박했다. 김 장관은 “대산이 사업 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 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신속한 사업 재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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