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새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중대재해 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대책이 예방 활동 지원보다는 사후 처벌과 제재 강화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새 정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 26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정부 대책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222개사) 중 73%인 162개사는 이번 대책이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들의 57%는 그 이유로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되어 있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근로자 책임 없이 권리만 보장해서’라는 응답이 24%를 차지했다.
새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 내용 중 경영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으로는 ‘과징금, 영업정지 등 경제적 제재 강화’가 44%로 꼽혔다. 기업들은 현행 제도도 이미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제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대표이사가 실형을 선고받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5%에 달하는 과징금 제도까지 신설되고 영업정지 대상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활동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대재해 발생 시 외국인 고용을 제한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69%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워 사업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향후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 과제로 기업들의 44%는 ‘처벌 위주 감독에서 지도·지원 중심으로의 전환’을 1순위로 꼽았다. ‘근로자 안전보건 책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37%로 뒤를 이었다. 산재 예방은 사업주의 노력뿐만 아니라 현장 근로자의 안전 의식 제고와 책임 강화가 동반돼야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들은 사업주 책임만 강조하는 엄벌주의 정책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이 주도적으로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전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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