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전환, 단순 목표 제시로는 부족… 참여와 조율이 필수[기고/김원상]

  • 동아일보

22일(현지 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안드레 두라구 COP30 의장(가운데)과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앞줄 왼쪽)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벨렝=신화 뉴시스
22일(현지 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안드레 두라구 COP30 의장(가운데)과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앞줄 왼쪽)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벨렝=신화 뉴시스
김원상 기후솔루션 언론커뮤니케이션 담당
김원상 기후솔루션 언론커뮤니케이션 담당
22일(현지 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막을 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주연은 COP30 의장도 국가 지도자도 아니었다. 거리 행진에서도, 행사장 길목에서도 보였던 전통 문양을 그린 아마존 원주민들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숲이다”라고 외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생존이 좌우되는 아마존 공동체가 이번 회의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역과 환경에 따라 기후 의제가 얼마나 다르게 형성되는지를 지구 반대편 아마존 하구의 도시 벨렝에서 생생히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의 관점에선 기후변화 대응은 사뭇 다르다.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가 경제의 근간이라 산업계 관점이 중요하다.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과 탈석탄 동맹(PPCA) 가입에 산업계는 우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산업계가 기후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변화가 가져올 비용, 설비 교체, 에너지 조달의 불확실성 같은 현실적인 걱정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산업의 비중을 고려하면 그 우려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

산림과 원주민 공동체가 국가의 뿌리인 브라질과 제조업이 경쟁력을 지탱하는 한국은 기후 전환 앞에서 전혀 다른 조건과 무게를 안고 있다. 원주민 생존은 생태계 파괴와 직결되고, 한국 산업 생존은 전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좌우된다. 서로 처한 자리가 다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자리에서조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 안에서 맞닿는 요구도 있다. 브라질 원주민과 한국 산업계의 접점은 세 가지다. 첫째는 전환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건너뛰는 개발 정책을 우려했고, 산업계는 현장이 반영되지 않는 전환 정책을 걱정한다.

둘째는 생존과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경로다. 아마존에서는 숲의 위기가 공동체의 생존과 연결되고, 한국에서는 전환 비용과 투자 여력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셋째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발언권이다. 원주민은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강조했고, 산업계 역시 감축 계획과 전력·투자 로드맵을 논의할 때 산업계 의견이 반영되길 원한다. 서로 처한 무게는 다르지만 전환의 지속 가능성이 참여 구조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두 집단의 요구는 맞닿아 있다.

현실에서는 각자가 처한 조건에서 고민과 위기의식이 다르게 시작되고,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부담도 다르기에 기후 전환은 복잡한 협상과 긴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전환이 현실에서 이행되려면 숫자나 목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다른 시각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다. 벨렝에서 얻은 교훈은 기후변화 대응이 선언이나 하나의 관점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변화의 무게를 감당할 주체들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현실성을 갖춘다는 점이었다.

NDC 상향과 탈석탄 동맹 가입은 한국이 기후 전환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다. 다만 선언이 곧 실행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산업계가 겪는 현실적 부담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전환의 경로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 뒤따를 때 비로소 국제사회와 국내 모두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COP30#아마존 원주민#기후변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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