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주사제를 간편한 알약 형태로 개선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18개월 복용한 결과 체중의 약 10%를 감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체중 감량 주사제보다 더 저렴하고 복용이 간편한 ‘하루 한 알’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18개월 동안 체중의 약 10%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21일(현지 시각 20일) 나왔다.
임상 시험에 사용한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작용제 계열 주사제(오젬픽과 마운자로가 대표적)를 간편한 알약 형태로 만든 것이다.
기존 약물은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고, 냉장 보관해야 하며, 무엇보다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비만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확인한 제약사들은 GLP-1의 체중 감량 효과를 먹을 수 있는 알약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시험 결과는 마운자로를 만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새로운 경구용 약물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시험했다.
72주간의 3상·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에는 비만(BMI 27 이상)과 제2형 당뇨병을 모두 가진 10개국 1600명 이상의 성인이 참가했다. 이들은 하루 한 번 알약을 복용하면서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병행했다.
그 결과 최고 용량인 하루 36㎎ 복용 그룹은 72주 후 평균적으로 체중의 9.6%를 감량했다. 12㎎ 복용 그룹은 7.0%, 6㎎ 복용 그룹은 5.1%의 몸무게가 줄었다.
반면 위약 복용 그룹은 2.5% 감량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는 올해 초 발표된 연구 결과(비만이지만 당뇨병은 없는 참가자들이 약 12%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는 내용)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동안 마운자로 주사제로 22%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는 다른 연구 결과에는 못 미친다.
체중 감량 외에 오르포글리프론 복용 그룹은 혈당이 유의미하게 개선됐고, 위장관 부작용도 경증~중등도 수준으로 기존 주사형 GLP-1 약물과 비슷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부작용은 기존 GLP-1 주사제에서 이미 보고된 바 있는 메스꺼움, 구토, 변비, 설사 등이었으며 특히 고용량 그룹에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를 이끈 미국 텍사스대학교 휴스턴 보건과학센터(주립 의학전문 대학교)의 데보라 혼 교수는 “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현재 주사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2026년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GLP-1 주사제가 월 1000달러(약 147만 원)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월 4달러(약 5800원) 수준으로도 생산 가능한 제너릭(특허 만료 의약품) 버전을 저소득 국가에 보급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비만 또는 과체중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370만 명을 넘는다. 이는 말라리아·결핵·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심장질환, 고혈압, 특정 암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GLP-1 계열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심장병, 수면 무호흡증, 심지어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16/S0140-6736(25)02165-8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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