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나눔] 영유아 돌봄 시설 ‘조이하우스’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327명 거주
아동 34명에 학습-식사 등 지원… 소문 듣고 타 지역서 이사오기도
파주시, 행복얼라이언스와 맞손… 미등록 이주아동에 도시락 제공
아프리카에서 온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조이하우스’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고 있다. 아래 사진은 행복두끼 프로젝트에서 결식 우려 아동이 지원받는 행복도시락. 파주시청은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참여해 1년간 파주시 내 결식 우려 아동 40명을 대상으로 총 1만400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행복나래 제공“피부색은 다르지만 귀하고 예쁜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을 보고 ‘내가 이 아이들을 돌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인자 조이하우스 센터장(55)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프리카 이주 배경 아동 돌봄 지원 센터 ‘조이하우스’를 2016년 설립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 파주시 조이하우스는 아프리카인 다문화가정 아이 30여 명을 돌보는 영유아 돌봄 시설이다. 지난달 25일 파주시청은 행복나래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조이하우스 아동들의 끼니를 지원하기로 했다.
● 아프리카 다문화가정 아이 쉼터
이 센터장은 2016년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반찬 나눔을 하던 중 만난 아프리카 출신 임산부를 통해 아프리카계 임산부들의 어려운 현실을 전해 듣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파주시 북부는 아프리카계 이주민 가정이 다수 터를 잡은 지역이다. 2007년 미군 부대 공여지 반환 이후 군부대 앞에 공실이 생겼다. 가나,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주민들이 주거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파주시 내 아프리카계 등록 인원은 2021년 287명에서 2023년 327명으로 늘었다.
파주에 사는 아프리카계 임신부들은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서울까지 매번 장시간 이동해야 했다. 이 센터장은 아프리카인 임신부가 진료받거나 출산하기 위해 병원으로 이동할 때마다 직접 운전을 하며 도왔다.
이 센터장은 임신부들이 낳은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들을 위한 돌봄 시설과 인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주시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외국인 대부분은 폐차장이나 구제 의류 공장 등에서 하루 12시간 넘는 장시간의 고강도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은 임신 중인 다른 아프리카인 친구의 집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일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센터장은 “임신한 몸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워 아이들이 한 방에 뒤엉켜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증금 500만 원으로 다세대주택을 계약해 공간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 ‘조이하우스’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조이하우스는 파주상공회의소 소속 기업과 지역 교회, 지역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장 외에도 아동 돌봄을 담당하는 아프리카계 이주민 6명, 한국인 보조 인력 2명 등이 조이하우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이하우스는 부모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까지 보육을 담당한다. 보육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간식과 식사를 제공하고 학습 및 놀이 활동, 귀가 인계 등을 해주며 가정과 부모의 역할을 대신한다.
조이하우스에서 돌보는 영유아는 설립 초기 3명으로 시작해 현재 34명에 이른다. 이 센터장은 “경기 수원, 평택 등에서 거주하던 아프리카계 이주 가정이 조이하우스 소식을 듣고 파주로 이사를 온 예도 있다”라고 말했다. ● 결식 우려 아동에게 전하는 ‘행복 도시락’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파주시 내 ‘미등록 이주 아동’도 함께 늘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부모가 난민 심사 대기, 체류 자격 전환 대기 등으로 체류 자격을 받지 못해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아동을 말한다. 이들은 교육, 보육,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취학통지서가 나오지 않아 학교에 갈 수도 없다.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 매일 겪는 문제 중 하나가 끼니 해결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학교를 갈 수 없어 급식을 먹지 못하고, 부모가 장시간 노동을 해 돌봐주지 못하면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식사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파주시는 미등록 이주 아동을 포함한 결식 우려 아동 지원을 목표로 민관협력 결식 우려 아동 지원 사업인 행복얼라이언스의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파주시는 조이하우스와 협력해 대상 아동을 발굴해 평일 중 도시락 2, 3끼를 지원한다. 1년간 파주시 내 결식 우려 아동 40명을 대상으로 총 1만400식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승백 파주시청 아동복지팀장은 “1년간의 도시락 지원 후에는 지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상 아동을 파주시 급식 지원 체계에 편입하거나 다른 후원 기관 연계를 진행하는 등 안정적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행복두끼 프로젝트에 대해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들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고된 일을 하고 대충 먹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영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을 제공해 더욱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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