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응우옌 “박찬욱 ‘올드보이’ 기이한 폭력미, 내 작품에 스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4일 14시 40분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제공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제공
“소설 ‘동조자’를 집필할 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보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4)은 4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 북베트남 스파이를 그린 소설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박찬욱 감독 연출로 미국 HBO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해 방영됐다. 소설가와 감독, 두 거장이 서로의 작업에 영향을 주고받은 셈이다.

응우옌은 “‘동조자’를 드라마로 각색할 때 프로듀서가 ‘어떤 감독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기에 주저 없이 박찬욱 감독이라고 했다”며 “‘올드보이’의 시각적 스타일, 메시지, 창의성, 기이한 폭력, 모든 것이 ‘동조자’를 쓰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응우옌의 신간 에세이 ‘두 얼굴의 남자’(민음사)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집 안에서는 베트남 이민자 부모의 삶을, 집 밖에서는 미국 사회를 관찰하며 ‘이중간첩’처럼 살아온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5년 사이공 함락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제공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제공
형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의사이고, 본인은 미국 문학 교수로 자리 잡는 등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자리할 수 있는지를 끝없이 묻는 성장기를 보냈다고 한다. 부모의 가게에는 ‘베트남인들 때문에 또 다른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낙서가 붙기 일쑤였으며, 청소년기에 접한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문학으로 좋은 문학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제 목표 중 하나가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저의 12살 아들과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주제에 예술성을 담았죠. 토니 모리슨(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흑인 여성)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작품들이 제게는 영감을 줍니다.”

#비엣 타인 응우옌#동조자#박찬욱#올드보이#퓰리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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