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포기 말라…6개월 치료하면 모발 최대 20% 늘어”[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9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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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부모 한쪽만 탈모여도 자식에 유전
男 앞머리, 女 정수리서 탈모 시작
항산화 성분 풍부한 채소 탈모 예방
지방 적게, 단백질 많이 섭취해야
탈모 일찍 치료할수록 효과 좋아
환자 맞춰 바르는 약-먹는 약 처방
상태 좋아져 약 끊으면 다시 악화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증 치료를 ‘머리 위 정원’을 가꾸는 것에 비유하며 꾸준한 관리를 당부했다. 권 교수는 또 탈모 예방에 좋은 음식과 두피 마사지 등은 치료 보조 요법으로 제한하고,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올 3월 서울 성동구는 만 39세 이하의 탈모증 환자에게 치료비로 연간 2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 사업을 내놓고 있다.

탈모증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미용 치료’로 분류돼 있어서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난치병 지원을 더 늘려야 할 마당에 미용 치료비를 지원하는 건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탈모증 환자의 고통은 작지 않다. 우울증에 대인 기피증까지 유발한다. 치료해야 할 질병이란 점은 확실하다. 현재 국내 탈모 환자는 수백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35만 명만이 지난해 탈모증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이 경제적 부담, 혹은 다른 이유로 인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증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며 일찍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탈모증, 20대 초반부터 시작
탈모는 크게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이 원인인 남성형탈모증과 여성형탈모증으로 나눈다.

원형탈모증은 면역력이 가장 강한 20대와 3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 동그랗게 모발이 빠진다. 머리에 주로 생기지만 눈썹, 수염에도 발생한다.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할 수 있다. 100명 중 2명꼴로 평생 한 번은 겪는 질환이다. 뚜렷한 약이 없었는데 최근 치료 효과를 높인 글로벌 신약이 개발돼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보통 ‘탈모’라고 하면 남성형탈모증과 여성형탈모증이다. 전체 탈모증 환자의 80~90%가 이 유형이다. 남자는 먼저 앞머리가 M자 모양으로 빠진다. 이어 정수리 부위가 빠지고, 두 탈모 부위가 만나 대머리 형태가 된다. 여자는 이마 부위가 아닌 정수리 부위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DHT라는 호르몬이 탈모증을 유발한다. 서양에서는 50대가 될 때까지 남자의 50%, 여자의 25%가 이 탈모증을 겪는다. 한국은 남자가 25%, 여자가 12% 정도로, 서양의 절반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50대 이후 탈모증이 늘어나면서 서양과 비슷해진다. 70대가 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체 인구의 70%가 탈모증을 겪는다.

탈모증은 우성 유전 질환이다. 부모 중 한쪽만 탈모증이 있어도 자식에게 탈모증이 일어날 수 있다. 부모가 모두 탈모증이라면 자식의 탈모증이 더 이른 시기에 시작되거나 진행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탈모는 사춘기가 시작되고 10년 정도 지난 시점에 발생한다. 최근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탈모의 시작 속도도 앞당겨졌다.

●채소와 단백질 섭취, 탈모 막는다
탈모를 예방하려면 채소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안토시아닌을 비롯해 채소에 들어있는 항산화 성분이 탈모를 막는 역할을 한다. 브로콜리, 콩, 깨, 토마토, 카레 등이 이런 음식에 해당한다. 다만 당도가 높은 과일은 식후 혈당을 급격하게 높여 탈모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적당히 먹도록 한다.

기름진 고지방 식품은 줄여야 한다. 과잉 섭취한 포화지방은 머리카락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모낭에 들러붙는다. 이로 인해 모낭의 기능이 약해지고 탈모증이 일어난다. 탄수화물도 줄이는 게 좋다. 탄수화물이 과하면 간에서 지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 유행인 ‘맛있는 빵집 순례’가 탈모증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했다.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인 버터를 한꺼번에 많이 먹기 때문.

지나치게 채식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도 좋지 않다. 머리카락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됐다. 단백질 섭취가 적으면 모발의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채식주의자들 중에 탈모가 많은 게 단백질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동 부족과 과체중이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 과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두피 관리도 필요하다. 30대까지만 해도 피지도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매일 2회 정도 머리를 감는다. 하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는 40대 이후에는 일주일에 4회꼴로 머리를 감고, 두피 보습제를 쓰는 게 탈모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외출한 후에 반드시 머리를 감는다.

두피를 가볍게 두들기거나 마사지로 자극을 주는 것도 탈모 예방 효과가 있다. 이때 손톱으로 두피를 긁어서는 안 된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기거나 끝이 뭉툭한 빗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빗질해주는 게 좋다.

모발은 성장기와 휴지기를 반복한다. 머리카락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모낭을 자극하면 탈모를 막고 발모를 유도할 수 있다. 권오상 교수가 모낭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탈모 초기 증세 잘 살펴야
탈모가 시작됐다면 이른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초기 증세를 잘 살펴야 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졌다면 탈모증의 초기 증세일 가능성이 있다. 보통 탈모가 시작되면 모낭은 작아지고 피지선이 커진다. 따라서 피지가 더 많이 분비되고, 머리카락에는 더 많은 기름기가 느껴진다. 뻣뻣하던 머리카락이 최근 부드러워져 빗질이 쉬워졌다면 이 또한 탈모의 초기 증세일 수 있다.

거울을 보면서 머리 형태를 관찰하자. 남성형탈모증의 대표적 초기 증세인 M자형 탈모를 파악할 수 있다. 앞머리와 정수리, 뒷머리의 사진을 찍어놓고 모발의 굵기와 밀도도 비교하자. 앞머리와 정수리의 모발이 뒷머리의 모발보다 가늘고 밀도가 낮다면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해서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매일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더 많은 머리카락이 빠진다. 다만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탈모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도 비슷하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쌓였다고 해서 탈모는 아니다. 뜨거운 열에 머리카락이 부러진 것이다.

●잘 치료하면 6개월 후 모발 15% 증가
사람의 모발은 자라다가(성장기), 쉬기를(휴지기) 반복한다. 휴지기를 거친 머리카락은 모낭에서 빠져나가며, 그 자리에서 다시 모발이 자라난다. 정상적이라면 모발의 90%는 성장기, 나머지 10%는 휴지기에 있다. 휴지기일 때 모낭의 1% 정도에서 머리카락이 빠진다. 대체로 하루 50~100개다. 탈모가 진행되면 휴지기 비율이 20~30%로 늘어나면서 하루 최대 3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탈모 치료제로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두 종류가 있다. 미녹시딜 성분의 바르는 약은 모낭 주변 혈관을 넓히고 모낭을 직접 자극한다. 이를 통해 휴지기에서 성장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먹는 약은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DHT)을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는 원리다.

대체로 탈모증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바르는 약을 쓴다. 탈모가 더 진행되면 먹는 약을 추가로 사용한다. 여자는 바르는 약 위주로 쓰다가 임신 가능성이 없는 중년 이후에는 먹는 약을 추가할 때가 많다.

음식이나 두피 마사지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다. 이런 방법은 보조 요법으로 제한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에 맞춰 제때 약을 먹거나 발라야 한다. 치료가 잘 되면 머리카락은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 피부를 뚫고 머리카락이 나오기까지는 2개월 정도 소요된다. 6개월 동안 꾸준히 약을 사용하면 환자의 90%에서 효과를 본다. 이 경우 머리카락 수가 최대 20%, 평균 15% 정도 늘어난다.

증세가 좋아졌다고 판단해 약을 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경우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 의사와 상담한 뒤 용량을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 권 교수는 “탈모 치료는 자신의 머리 위에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다. 꽃이 좀 자랐다고 물을 안 주면 말라버리지 않는가. 평생 관리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모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1. 담배 연기는 탈모를 유발한다. 금연하자.
2. 과체중이면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 체중 유지 필요!
3. 당뇨, 고지혈증, 신장 질환도 탈모를 심화시킨다. 대사질환을 조절하자.
4.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5. 수면장애는 탈모를 촉진시킨다.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자.
6. 모발과 두피를 늘 청결하게 관리하자.

※ 자료 :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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