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경 “박희순과 부부 호흡, 성 편견 허물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26일 06시 57분


배우 진경. 사진제공|영화사 두둥
배우 진경. 사진제공|영화사 두둥
■ 27일 영화 ‘썬키스 패밀리’ 선보이는 배우 진경

박희순 애정연기 보고 선입견 깨져
작품 촬영하면서 가족의 힘 느꼈죠
부모님과 진솔한 대화 후 눈물바다
대화를 왜 진작 안 했나 후회가 돼요


누구라도 가족 이야기를 할 때면 가슴 한쪽이 저릿해질 터, 가족의 소중함, 특히 부모님의 고마움을 왜 좀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 후회하기 일쑤다. 마음이 더욱 아프기만 하다. 배우 진경(47)도 그렇다. 부모 이야기에 두 눈에는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다. 최근 출연한 KBS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과 27일 개봉하는 영화 ‘썬키스 패밀리’를 위한 인터뷰에 나선 그는 각기 등장하는 가족의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가족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진경을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부모님과 마주 앉아 울었다”

진경은 ‘하나뿐인 내편’을 촬영하면서, 두 번의 시사회에서 ‘썬키스 패밀리’를 차분히 보면서 무심코 자신을 돌아봤다. 두 작품에서는 밝고 통통 튀는 매력을 뿜어내지만, 부모 앞에서는 “경상도 출신이어서 무뚝뚝한 성격” 탓을 하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워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를 통해 부모에게 속마음을 시원하게 터놓는 딸이 됐다. 부모도 딸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울음바다가 됐다. 각자 서운했던 마음을 표현하면서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게 됐다. 이후로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용기랄 것도 아니지만 (이런 자리가)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경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너로 인해 내가 치유를 얻는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이라며 미소 지었다. “인생에서 힘들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시간이 흐른 뒤 떠올렸을 때는 바로 그 장면이 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에서의 진경.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썬키스 패밀리’에서의 진경.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철들지 않아 순수하다”

진경은 그런 계기가 되어 준 무대인 ‘썬키스 패밀리’를 시사회에서 선보인 뒤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제작이 무산될 뻔한 위기를 “전우애”로 이겨내고 촬영을 완료한 지 2년 만에 공개할 수 있게 돼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개인적 바람을 보태 흥행에 대한 기분 좋은 상상도 펼쳐 놓았다.

그는 “캐릭터보다 이야기의 전체적 흐름에 끌려 김지혜 감독의 4차원 세계에 동참하고 싶었다”며 “박장대소하며 시나리오를 2번이나 읽었다. 신기함과 황당함, 호기심이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썬키스 패밀리’는 결혼 20년차에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세 자녀를 둔 부부(박희순·진경)가 남편의 옛 여자친구(황우슬혜)의 등장으로 위기에 맞닥뜨리지만 가족과 함께 해결하고 행복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담았다. 부부의 불타오르는 애정 표현, 성인인 두 자녀의 성(性)에 대한 솔직한 고백 등 “골 때리는 대사와 장면”들이 코믹한 재미를 더한다.

진경은 박희순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것 자체가 의외였다고 스스로 놀라워했다. 첫 만남에서 진경은 박희순에 대해 ‘내성적인 것 같은데 유쾌한 표현이 될까’, 박희순은 진경에 대해 ‘쟤, 센데. 사랑스러운 모습이 가능할까’ 서로 생각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선입견은 단박에 깨졌다. 성에 대한 편견도 허물어뜨렸다.

“사실 성적인 부분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특히 부모와 자식간에는 더욱 그렇다. 영화 속 가족은 서로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공유하고 소통한다. 물론 현실에서 접하기 어려운 가족이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진경은 17일 종영한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서는 울고불고 지지고 볶는 가족의 일원으로 6개월 동안 시청자를 만났다. 극중 자신의 사랑을 위해 엄마와도 같은 존재인 언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결국 가족애로 서로를 감쌌다.

진경은 “철이 없어 보이지만 없는 게 아니다”며 “속이 깊은, 순수한 천사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후반에는 감정신이 많아 초반의 밝은 모습이 어색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돌이켰다. 덧붙여 “저도 나이에 비해 철이 들지 않아 순수한 면이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시기적으로 ‘하나뿐인 내편’ 종영 후 영화를 공개하게 돼 부담이 되기도 한다. 시청률이 50%까지 근접하지 않았나. 우연히 ‘누나 보러 갈게요’란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이분을 포함해 드라마의 모든 시청자가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하하.”

배우 진경. 사진제공|영화사 두둥
배우 진경. 사진제공|영화사 두둥

● 진경

▲ 1972년 3월27일생
▲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연기과 석사
▲ 1998년 연극 ‘어사박문수’로 데뷔
▲ 연극 ‘싸움터의 산책’ ‘악당의 조건’ ‘날 보러와요’ ‘8인의 여인’ ‘클로져’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등
▲ 2012년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시작으로 드라마 본격 출연
▲ 드라마 ‘굿 닥터’ ‘참 좋은 시절’ ‘피노키오’ ‘낭만닥터 김사부’ 등
▲ 영화 ‘암살’ ‘베테랑’ ‘대배우’ ‘마스터’ ‘목격자’ 등
▲ 2013년 ‘감시자들’·제22회 부일영화상 여우조연상
▲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S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특별연기상
▲ 2019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 예정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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