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쇼’ MC 신동엽 “세상 시끄럽게 만든 주범들 닮은꼴은 어떨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0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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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 MC 신동엽.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채널A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 MC 신동엽.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설날에 가족이 모여 온갖 화제가 밥상머리에 오르내렸을 겁니다. 그런데 어떨 땐 예상치 못했던, 별 시답지 않은 꺼리에 폭소가 터지곤 하잖아요. 채널A '도플갱어쇼, 별을 닮은 그대'는 그런 공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예능입니다. 누구랑 얼마나 닮았나를 따지는 게 아니라 '닮았네 안 닮았네' 수다를 떨며 시청자와 살가운 스킨십을 나누는 거죠."

무협지 속 절대고수가 이럴까. 24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도플갱어쇼' MC 신동엽은 마주할수록 자꾸 우유에 젖은 카스텔라가 된 기분이었다. 장시간 녹화에 모든 걸 쏟아낸 그는 목소리도 한참 갈라졌을 정도. 헌데 슬금슬금 풀어내는 대화에 빠져 저도 모르게 스르륵 무장해제 당해버렸다. 게다가 그때마다 가벼운 농담으로 휩쓸린 상대의 맥을 탁탁 잡아주기까지. 역시 신동엽은 괜히 '진행지왕(進行之王)'이 아니었다.

―채널A지만 좀 따져 묻겠다. '연예인 닮은꼴 찾기' 식상하지 않나.

"뻔하다 여겼으면 아예 MC를 맡지 않았을 거다. 제작진도 기존 포맷의 답습은 원치 않았다. 방송은 편안함과 새로움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성패가 갈린다. 결국 닮은꼴 찾기란 익숙한 소재를 얼마나 재밌게 뒤틀 수 있느냐가 관권인 셈이다. 그런 뜻에서 '도플갱어쇼'는 첫 삽을 잘 떴다고 본다."

―치열한 경쟁시간대(토요일 밤 11시)에 괜찮은 시청률(2% 안팎)로 출발했기에 내리는 자평인가.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그게 평가의 기준은 절대 아니다. 오래 방송하다보면 현장의 '감'이란 게 있다. 특히 '도플갱어쇼'처럼 연예인패널에 방청객까지 많은 예능은 그게 중요하다. 솔직히 누가 봐도 그리 닮지 않은 출연자도 상당했다. 그런데 그게 더 웃음이 많이 터지고 분위기는 살았다.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면 타박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원래 친구들끼리도 '쟤 좀 이상하지 않니' 이러며 웃고 떠드는 게 재밌지 않나."

―실제로도 녹화현장에서 출연자는 물론 방청객까지 하나하나 잘 챙기더라.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사소한 친절도 언젠간 다 복으로 돌아오더라. 내 입장에선 수많은 방청객이지만 그들에겐 '신동엽' 1명과의 특별한 경험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피곤해서 누군가에게 좀 냉랭하게 대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오랫동안 그 기억이 나쁘게 남지 않겠나. 연예인이라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누리는 것도 많으니까. 게다가 방청객 분위기 안 좋으면 그거 TV화면에도 다 티가 난다. 시청자들의 '감'도 굉장히 수준이 높다."

―엄청 다작인데도 활기가 넘친다. 체력은 괜찮나.

"그래도 요샌 몸 '걱정'도 좀 한다. 30대엔 숙취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몸이 한 회사의 직원이라면 악덕사장이었다고나 할까. 뭔가 힘들다 호소해도 '불만 갖지 말고 일해' 윽박질렀다. 요즘은 직원 얘기에도 귀 기울이고 달래주려 노력한다. 일주일에 2,3번 운동도 하고. 나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이렇게 녹화가 잘 되면 몸은 지쳐도 마음이 가뿐하다."

―MC가 방송이 즐겁다니 다행이다. 그래도 아쉬운 점도 있지 않겠나.

"방송을 하다보면 제작진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너무 고생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경우다. '도플갱어쇼'가 그렇다. 스튜디오촬영은 물론 출연자 섭외, 야외촬영, 몰래카메라에…. 이렇게 공이 많이 들어가는 예능은 흔치 않다. MC입장에선 방송이 '때깔 좋게' 나오니 기쁘지만 (제작진에) 한없이 미안하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이 정성껏 차려진 밥상을 최고로 행복하고 맛있게 먹는 게 아닐까."

―저쪽에서 PD가 보고 있다고 너무 칭찬하는 거 아닌가.

"그럼 한번 시원하게 욕을 해줄까, 하하. 근데 진심으로 너무 즐겁다. 어릴 땐 솔직히 방송을 돈 벌려고 했다. 얼른 많이 벌어서 딴 일하고 싶었다. 근데 지금은 '재밌어서' 한다. 계속 새로운 예능에 대한 목마름이 끊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이젠 재미없으면 안 한다. 다만 '도플갱어 쇼'에서도 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드디어 불만이 나오나. 뭔가, 뭔가.

"불만이 아니라 기대하는 점이다. 닮은꼴 찾기 범주를 연예인에서 벗어나고 싶다. 예를 들어 요즘 같은 시국이라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주범들 닮은꼴이 나오면 어떨까. 시청자들이 보며 분노도 할 수 있는. 오히려 정치적인 이슈도 그렇게 풀어내면 훨씬 재밌지 않겠나. 다만 아직 정서상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지 걱정이긴 하다."

―확실히 개그맨들은 '정치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나보다.

"그게 무슨 의식이나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만큼 재밌는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광대가 저작거리에서 왜 양반이나 임금 흉내를 내며 우스갯소리를 했겠나. 기존 권위에 얽매지 않는 농담만큼 통렬한 게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도플갱어 쇼'는 여전히 보여주고 개척할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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