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MBC-SBS 음악예능 신경전…난감한 가수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9일 08시 00분


SBS 음악 예능 프로그램 ‘신의 목소리’-M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듀엣 가요제’(아래). 사진제공|SBS·MBC
SBS 음악 예능 프로그램 ‘신의 목소리’-M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듀엣 가요제’(아래). 사진제공|SBS·MBC
“방송 한 번 잘못 나갔다간, 다른 방송사에선 출연금지될 분위기에요. 방송사들 신경전에 가수들만 죽어나게 생겼어요.”

최근 만난 한 가수 매니저는 ‘음악예능’ 이야기에 난처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설 명절 파일럿으로 방송됐던 MBC ‘듀엣가요제’와 SBS ‘일요일이 좋다-판타스틱 듀오’ ‘보컬전쟁 : 신의 목소리’가 모두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면서 두 방송사 사이에 날선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수와 일반인의 듀엣 대결’ 포맷의 ‘듀엣가요제’와 ‘판타스틱 듀오’간 신경전은 가수 측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다.

가창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가수는 한정돼 있는데, 방송사들이 서로 출연시키려 경쟁하다보면, 가수의 선택에 따라 서운함을 느끼는 방송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같은 포맷의 두 프로에 모두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어느 한 곳에만 출연했다간 다른 쪽에 미운털 박힐 것 같고, 모두 거절하면 방송사와 등지게 될까 두려운 상황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지경이 된 것이다.

‘듀엣가요제’는 작년 추석에 먼저 파일럿 방송됐다가, 이번 설 연휴 다시 한 번 파일럿을 거쳐 정규 편성됐다. SBS ‘판타스틱 듀오’는 설특집 파일럿 후 곧바로 정규 편성됐다. MBC 측은 ‘판타스틱 듀오’가 ‘듀엣가요제’ 포맷을 그대로 따라했고, 작가도 데려갔다며 “상도의가 아니다”며 불쾌함을 보인다. 그러나 SBS 측은 “정규편성은 우리가 먼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MBC 측은 또 ‘복면가왕’과 비슷한 시간대에 ‘판타스틱 듀오’가 편성됐다는 사실도 못마땅한 일이다. ‘판타스틱 듀오’를 향한 MBC의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가수 측에선 “처신 잘못했다간 큰일 나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몇몇 가수들은 ‘고래싸움’을 피하기 위해, 정중히 출연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육아예능이나 요리예능처럼 음악예능도 범람의 시대를 맞게 됐다. 예능의 쏠림현상에는 또 여러 부작용이 수반될 것이다. 방송사들이 자초한 쏠림현상에 애꿎은 출연자들만 후유증을 감당하게 생겼다. 방송사는 출연자들을 옥죌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출연자 섭외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디테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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