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피 “시청자 환호에 ‘좀비 투혼’ 발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2일 08시 00분


작년 2월부터 꼬박 1년째 ‘진짜사나이2’에 출연해온 슬리피는 “해병대 편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니, ‘보기 싫다’는 사람이 많더라”면서 병약한 이미지 씻고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작년 2월부터 꼬박 1년째 ‘진짜사나이2’에 출연해온 슬리피는 “해병대 편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니, ‘보기 싫다’는 사람이 많더라”면서 병약한 이미지 씻고 건강한 이미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동아DB
■ ‘진짜사나이2’ 개근생 슬리피

약골 이미지에 처음엔 존재감 없었지만
힘들어도 버티다보니 1년째 군부대 생활
올해 9년차…이제 가수로 주목받아야죠


작년 이맘때였다. 힙합듀오 언터쳐블의 슬리피(김성원·32)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2’ 제작진을 한 번 만나보겠느냐는 소속사 스태프의 말에 큰 고민 없이 “네”라고 답했다. “‘뭐하고 사느냐’ 묻는 친구들에게도 보여줄 겸 일단 TV에 나오고 싶었”고, 언터쳐블 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작년 2월,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에 입소하며 ‘진짜 사나이’ 촬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방송 중인 해병대 편까지 1년째 ‘진짜 사나이’로 살고 있다. 함께 입대했던 출연자 12명 중 유일하게 한 번도 빠짐없이 촬영에 임한 ‘개근생’이다. 189cm의 큰 키에 깡마른 체격, 하얀 피부는 그를 약골로 보이게 하지만, 온갖 훈련을 이겨내며 악바리처럼 버텨냈다. 누리꾼들은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그를 ‘좀비’에 빗대 ‘슬좀비’라 불렀다. ‘생긴 것’과 달리 악바리처럼 버티는 그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다른 멤버들은 다쳐서 나갔는데, 나만 안 다치고 버텼다. 쉬고 싶거나, 다치거나, 힘들면 나가도 되는 조건이 있었지만, 버텼다. 그리고 1년이 됐다. 기분이 좋다. 나보다 힘세고 체력 좋은 사람이 떨어져나가는 걸 보니, 힘도 생기고 의욕도 생긴다. 내게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 촬영하고 힘들어 그만 두겠다고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시청자 환호를 받으면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힙합듀오 언터쳐블의 ‘슬리피’. 스포츠동아DB
힙합듀오 언터쳐블의 ‘슬리피’. 스포츠동아DB

슬리피도 처음 몇 달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작년 여름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잠수훈련과 지옥의 PT체조를 완수하는 모습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앞서 출연한 헨리처럼 ‘괴짜’ 캐릭터를 기대했던 제작진도 슬리피의 ‘투혼’에 놀랐다.

“물론 인지도가 올라가서 좋고, 무슨 일에든 자신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강을 생각하게 되더라. 덕분에 몸과 정신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밥 잘 먹고 술을 줄이면서 사람 사는 것 같이 살게 됐다.”

힘든 일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지만, 그래도 SSU와 해병대 훈련을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내내 자신을 괴롭혔고, 훈련 중 몇 번 울기도 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 때문이었다.

슬리피는 군번이 모두 4개다. 2011년 8월 경기 의정부 306보충대를 거쳐 28사단에 입대하면서 받은 ‘진짜’ 군번과 ‘진짜 사나이’를 하면서 받은 3개의 군번이다. 그래서 공군을 제외하고, 누구를 만나도 대화가 통해 식당에 가면 인사 받기에 바쁘다. 특히 해병 출신들을 만나면 ‘군대 이야기’가 길어진다. 최근 해병대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

또 데뷔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며 MBC ‘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신인상도 품었다. 하지만 2008년 데뷔해 올해 활동 9년차를 맞은 힙합가수로서는 아쉬움도 함께 느꼈다.

“가수로서도 성과가 있으면 좋겠다. ‘연예대상’ 말고 ‘가요대상’에도 나가고 싶다. 가수인데 음악이 잘 돼야 하지 않나. 가수가 예능으로 잘 되면 음악으로는 잘 안되는 경향이 있는데, 둘 다 잘해보고 싶다.”

지난 8년간을 돌아보며 “천천히 걸어왔다”는 슬리피는 앞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빨리 오르고 싶다”며 이후 펼쳐질 자신의 미래를 기대했다.

“주변에서 묻는다. ‘진짜 사나이’ 언제까지 할 거냐고. 갈 데까지 한 번 가보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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