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아닌 스타가 됐다…TV 오디션 후유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7시 05분


엠넷 ‘슈퍼스타K’(왼쪽)나 tvN ‘슈퍼디바’등 가수 오디션프로그램은 스타를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계속된 좌절에 몇몇 도전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제공|CJ E&M·tvN 화면캡쳐
엠넷 ‘슈퍼스타K’(왼쪽)나 tvN ‘슈퍼디바’등 가수 오디션프로그램은 스타를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계속된 좌절에 몇몇 도전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된다. 사진제공|CJ E&M·tvN 화면캡쳐
김현지 사망으로 본 TV 오디션의 그늘

소진·도은영 등 오디션 출신들 잇단 사망
출연 당시 뜨거운 반응에 스타 꿈 부풀어
방송 후 외면…큰 박탈감에 극단적 선택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와 tvN ‘보이스 코리아2’에 출연했던 김현지가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보가 들려왔다. 이에 앞서 8월엔 주부를 대상으로 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tvN ‘슈퍼 디바’ 출신자 도은영의 사망 소식이 있었고, 작년 카라 멤버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MBC뮤직 ‘카라 프로젝트 : 더 비기닝’에 출연했던 DSP미디어 연습생 출신 소진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사망 소식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가수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도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 ‘가수 아닌 가수’들이 양산되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이 숱한 좌절의 고통 속에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되는 사례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가치마저 잃게 한다. 특히 현재 ‘슈퍼스타K’ 시즌7이 방송되는 중이어서 시즌1 출신자의 비보는 그 반향이 클 수밖에 없다.

오디션 참가자들은 방송 당시 주위의 뜨거운 반응을 느끼며 가수 데뷔가 금방이라도 이뤄질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 기대는 결국 환상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방송 당시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건 승부에 대한 결과이기에 환상이 깨지면서 생기는 박탈감의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출연자는 극적 재미를 위한 ‘악마의 편집’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그 화면에 비춰진 모습으로 인해 악성 댓글의 피해도 입는다.

2009년 ‘슈퍼스타K1’가 방송된 이후 TV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예비 가수’들이 쏟아졌지만, 성공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쯤 되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마저 든다.

고 김현지는 2013년 ‘보이스 코리아2’ 출연 당시 “‘슈퍼스타K’ 탈락한 이후 우울증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슈퍼스타K’ 출연 당시 뜨거운 성원을 받았지만, 이내 식어버린 대중의 관심과 좌절로 우울증까지 밀려오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음을 고백했던 것이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는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기에 폐지가 능사가 아니겠지만,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제작진의 진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는 29일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펼치고 또 새로운 삶을 얻으려 했을 것”이라면서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방송은 공공재로서의 역할과 함께 사회적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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